"700명밖에 안 죽었다, UN 천천히 오라" 미얀마 강타한 사진
개입 반대 입장 중국 향한 반발도 갈수록 커져
군부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UN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개입에 소극적인 중국을 향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보호책임 원칙)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른 시위대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평화 시위에 나섰다. R2P는 집단학살, 인종청소 등의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할 때 주권국가가 이를 막지 못하거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당사자일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난 9일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80여명이 목숨을 잃고 시신조차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개입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지 SNS에서는 "70일간 700명밖에 안 죽었다, UN 천천히 하라"는 피켓을 든 한 청년의 사진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피켓에는 "여전히 (죽을 수도 있는 사람) 수백만 명이 더 남아있다"는 문구도 쓰여 있다.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메시지다.
실제 R2P 원칙이 적용돼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군사 개입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 때로 당시 서방 연합군의 개입에 40여년 통치해온 므하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했다.
하지만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려면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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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반중 시위
미얀마 내에서 최근 중국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러시아와 함께 중국이 미얀마 사태 개입에 미온적이란 이유에서다. 중국 측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들고 있지만 미얀마 내에선 "중국이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곤의 중국계 공장 30여곳이 불에 타는 등 분노가 격렬한 양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군부에 '효과적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진이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현지에선 중국에서 만든 앱과 게임 등을 삭제하며 전 세계에 '중국 보이콧'을 요청하는 SNS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12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영국 군사정보 컨설팅업체 제인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얀마 공군이 중국산 드론을 띄워 시위대의 동향을 파악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은 미얀마 현지 SNS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시위대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의 희생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미얀마에 가장 많은 무기를 판매하는 양대 국가"라며 "이 두 국가가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약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렐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미얀마 군부와 소유 기업에 대한 제재, 무기금수 등의 조치를 담은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면서 '인권 문제'에 지정학적 이슈를 끌고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반발이 커지자 중국도 수습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측 관계자는 반군부 임시정부 격인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대표단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국 정부는 CRPH와 대화 채널을 열기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 참사관은 "중국이 현재의 상황을 보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라며 중국인과 관련 시설의 안전 문제를 언급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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