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호' 첫날, 공무원에 전체메일 보낸 서울시의장..'미묘한 신경전'
공무원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처럼 들려..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다" 비판
자세 낮춘 오세훈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 부탁"
◆“변화보다 안정적 시정운영” 이례적 전체 메일
이날 오전 11시쯤 김 의장은 서울시 전체 공무원들에게 ‘존경하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 마음 깊이 담아둔 애정과 격려를 담아 이렇게 인사드린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무너진 일상 속에 시름해온 천만 시민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자 위기극복에 대한 엄중한 명령’이라고 설명한 김 의장은 “더군다나 신임시장의 임기가 1년 3개월이기에 우리 시민들이 기대하시는 바는 어떠한 큰 성과나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시정운영과 민생회복을 향한 노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보는 원년으로서 백신접종 마무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서울의 기존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집행부는 과도한 인사단행이나 조직개편보다 조직의 안정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께서 공직자로서 균형 감각을 잃지 않고 맡아온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의장의 메시지를 놓고 서울시 내부에서 혼란스러움도 감지된다. 새 시장 체제에서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기보다 임기도 1년3개월 밖에 안 남았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의도로 메시지 내용이 풀이될 수 있단 지적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입법부인 의회가 행정부인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칫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5년새 서울시의회 의장으로부터 직접 메일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밝힌 한 공무원은 “새 시장 체제에서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것처럼 들린다”며 “시민들이 투표로 바꿨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후보 사퇴’ 요구했던 시의회… 구청장 대부분도 민주당 소속
앞서 지난달 25일 김 의장을 비롯해 11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실패한 시장이다. 오 전 시장은 10년 전 무상급식 전면 도입에 반대해 스스로 시장직을 내팽개쳤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던 터라 메시지의 진의에 의문점이 더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같은 날 오 시장은 오전 10시40분쯤 서울시의회를 찾아 원활한 협조를 요청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그는 김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속한 정당이 워낙 소수 정당이어서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어떤 일도 원활하게 되기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기덕 부의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이어놓은 사업은 가급적 지켜주셔야 한다”, “공무원들이 불이익받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자리를 지켜주셔야 한다” 등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의회와 오 시장 사이의 이 같은 ‘휴전’ 상태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선거 기간 내내 오 시장과 시의회는 갈등을 이어왔으며 시의회는 오는 19일 본회의에 내곡동 땅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의회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직 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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