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사교계 흔든 가짜 상속녀..가석방뒤 진짜 돈방석 앉을판
절도·사기 최대 12년형 선고받아
이달 중순 가석방 출소, 독일 추방
넷플릭스 등 앞다퉈 스토리 사들여
미국 뉴욕에서 유력 가문의 상속녀 행세를 하며 사교계를 흔들어놨던 여성이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사기 대출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석방으로 풀려났는데 자신의 스토리를 방송·출판사에 팔아 수 억 원대의 판권 수입을 얻은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현실판 '리플리'로 불리는 그는 올해 서른 살의 애나 소로킨이다. 러시아계 독일인인 그는 자신이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유력 가문의 상속녀라며 2013년 뉴욕 사교계에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당시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소로킨은 ‘애나 델비’라는 가명을 쓰며 뉴욕의 패션·예술계 인사들과 어울렸다. 그러면서 명품을 사고 호화 여행을 가는 사치 생활을 즐겼고 이 일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런 가짜 상속녀 행세는 4년간 이어졌다. 그 기간 서류를 위조해 은행 등에 20만 달러가 넘는 돈도 대출받았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고급 레스토랑 겸 회원제 클럽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사업 계획을 내세웠다.
호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인에게 빚을 지거나 대신 결제를 하게 만드는 식으로 사기 친 금액도 수만 달러에 달한다. 누구도 그의 실제 재산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명품을 두르고 고급 호텔에서 팁으로 100달러(약 11만 원)를 건네는 소로킨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로킨의 실제 배경은 화려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속 모습과 크게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소규모 냉난방 사업을 운영했지만 재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1년 런던에서 예술학교에 다니다 중퇴한 소로킨은 프랑스 파리의 패션잡지인 퍼플지의 인턴으로 근무했다. 여기서 그는 상류 사회의 화려함을 동경하게 됐고, 애나 델비라는 가명도 이때 만들었다.
소로킨의 이중생활은 그가 2017년 10월 절도와 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되며 막을 내렸다. 사기 행각이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소로킨의 지인이 쓴 책 『내 친구 애나: 가짜 상속녀의 진짜 이야기(My Friend Anna)』는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책에서 윌리엄스는 소로킨을 따라 모로코로 초호화 여행을 갔다가 6만2000달러(약 7000만 원)의 비용을 대신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소로킨은 재판 과정에서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사기극을 벌일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골라준 명품 의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하면서다. 죄를 뉘우치지도 않았다. 주변인들이 멋대로 자신을 백만장자로 여겼을 뿐 자신이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중요한 건 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죄책감을 갖는다면 나 자신과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 게 된다” 는 그의 법정 진술 역시 눈길을 끌었다.
결국 소로킨은 지난 2019년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다 지난해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후회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소로킨은 가석방 후 독일로 추방될 예정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소로킨이 자신의 스토리를 넷플릭스에 팔고 32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가 이 돈을 가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법원이 소로킨에 대해 ‘선 오브 샘’ 법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범죄자가 범죄로 얻은 유명세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한 법률로, 현지 언론들은 2001년 이후 이 법이 적용된 사례는 소로킨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소로킨은 넷플릭스에 받은 돈을 피해배상금 20만 달러와 벌금 2만4000달러(약 2700만 원), 변호사 수임료 7만5000달러(약 8500만 원)를 내는 데 썼다. 이어 추가로 대출받았던 은행에 7만 달러(약 7900만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HBO도 소로킨의 이야기를 다룬 『내 친구 애나』를 영상물로 제작하기 위해 윌리엄스에게 각각 33만 5000달러(약 3억 7700만 원)를 지불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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