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엄마·선배 작가..박완서는 오늘도 새로이 읽힌다
[경향신문]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1931~2011) 타계 10주기를 앞두고 출판계가 그의 작품들을 잇따라 재단장해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는 열 수 없지만 22일 10주기에 앞서 그의 작품을 다시 조명하는 ‘조용한 추모’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박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는 10주기를 앞두고 ‘엄마 박완서의 부엌’을 기억하는 에세이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을 펴냈다. 박 작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경기 구리시 아치울마을의 ‘노란집’에 살고 있는 호 작가는 부엌과 음식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담하고 따뜻한 필치로 풀었다. 박완서의 소설 속 장면과 어머니의 음식 등 유년 시절 기억을 넘나들며 어머니이자 소설가 박완서를 추억한다.
헌정 개정판 출간도 이어지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는 박완서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2권을 새 단장해 내놨다. 출간 후 30여년 동안 160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이자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다룬 작가의 자화상이라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치던 성년의 삶을 그린다. 두 소설 모두 전쟁의 야만과 뒤틀린 이념갈등 아래 삶의 공간을 눈물겹게 그려 ‘박완서식 증언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개정판에는 후배 여성 작가인 정이현·김금희의 서평과 정세랑·강화길의 추천 글을 더했다. 정세랑 작가는 “박완서 선생님이야말로 읽고 쓰는 사람들의 시작이며 나아갈 길”이라며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는 생전의 말씀이 여전히 얼마나 유효한지 전할 수만 있다면 저 너머로 소식을 전해 드리고 싶다. 오늘도 새로이 읽히고 있습니다, 하고 말이다”라고 썼다.
2004년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인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도 새 옷을 입고 나왔다. 일흔을 넘긴 작가가 수십년간 가슴에 품어온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은 작품이다. 작가가 집필한 660여편의 에세이 가운데 35편을 골라 한 권에 담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도 지난달 출간됐다. 민음사는 박완서의 초기 대표작 선집인 <지렁이 울음소리>를, 문학동네는 작가의 마지막 소설집 <기나긴 하루>를, 작가정신은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짧은 소설집인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각각 10주기 특별판으로 알라딘을 통해 선보였다. 문학동네는 박완서 수필 465편을 골라 아홉 권의 양장본으로 묶은 ‘박완서 산문집’ 세트를 개정해 출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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