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열린공천 열린검사
휴가 기간 익숙한 이름이 뉴스에 나왔다. 열린민주당 창립 멤버인 전 국회의원 정봉주가 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원들이 서울시장 보선 후보자를 추천하면 1위부터 내림차순으로 연락해 출마 의사를 묻는 이른바 ‘열린공천’ 방식을 통해서다.
정봉주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하려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곤 낙마했다는 ‘흑역사’를 굳이 꺼내려는 게 아니다. 열린민주당이 정봉주를 선거에 다시 소환한 도구인 열린공천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열린공천은 열린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썼던 방식이다. 당시 복수의 당 관계자가 전해준 이야기다. 지난해 3월 14일 열린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앞서 12~13일 무작위로 선정한 당원 1000명에게 각 3명의 후보를 추천토록 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사람부터 차례로 연락해 출마 의사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여성이었다.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명부의 홀수 순번엔 반드시 여성 후보를 세워야 했다. 하지만 당원 추천 명단에 오른 여성들은 10명의 명부를 채우기엔 “상당히 어려울 정도로 표가 분산돼 있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내세우기 어려운 분들이 계신다”(전 국회의원 손혜원)는 이유로 비토됐다.
거절 의사를 밝힌 이들도 제법 있었다. 그중 일부가 검사 임은정, 검사 서지현이었다. 이들은 당원 추천 명단에 각각 2위, 18위였다. 두 검사를 두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손혜원은 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출마 의사를 물었다고 했다. 두 검사는 고사하면서도 여성 변호사 몇 사람을 추천했다고 한다. 개중엔 전직 검사 이연주도 있었다.
이연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보란 듯 꺼내 읽었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저자다. 이연주는 ‘조국 사태’ 직후인 2019년 10월 무렵부터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윤석열을 “윤 춘장” “이 새끼”라고 호칭하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 손혜원은 회의에서 “이 정도면 에이스급 최고”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결국 본인 고사로 실제 입당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여권 핵심을 겨누던 현직 검찰총장을 대놓고 비난한 인물을 현직 검사가 친여(親與) 정당의 공직 후보자로 천거한 건 흥미롭다. 임은정·이연주는 사법연수원 30기 동기이기도 하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편향성을 우려하면서 왜 윤석열이 스스로 회피하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따지던 임은정이다. 그런 그가 특정 정당의 공천 과정에 간접적으로나마 관여하려 한 행위는 과연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 정당의 열린공천이야 한쪽으로만 열릴 수 있다고 해도, 그의 의로움은 부디 모든 이에게 열린 것이면 좋겠다.
하준호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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