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패딩에 120만원 쓴 20대 여성..코로나 속 식지 않는 2030 명품 시장

강은영 2020.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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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패딩 구매 평균 113만원..10대도 100만원대 써
백화점 '큰손' 2030, 온라인시장의 강자로 우뚝
"올해 코로나19로 '플렉스 소비' 트렌드 될 것"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 있는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 매장 앞에 손님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올 겨울이 지난해보다 더 춥고 기온 변동이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겨울나기 준비를 위한 명품 브랜드의 패딩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백만원대가 훌쩍 넘는 명품 패딩을 가장 많이 사는 이들은 다름아닌 20대 여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백화점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들의 구매력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는 중이다.

6일 온라인 명품커머스 머스트잇에 따르면 지난달 1~20일까지 10~50대 여성 고객들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프리미엄 패딩 구입 시 평균 113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명품 패딩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 뛰어올랐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명품 패딩을 구입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20대의 평균 패딩 구매액은 120만원이었고, 30대는 116만원, 40대와 50대는 각각 105만원으로 조사됐다. 10대도 명품 패딩을 사는 데 평균 102만원을 썼다.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의 인기제품인 롱패딩 '클로에' 라인은 3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몽클레르 홈페이지 캡처

가장 많이 팔린 명품 패딩은 프랑스 브랜드 몽클레르였다. 주로 100~200만원대 숏패딩이 소비됐는데, 그 중에는 '란스' '클레온' 라인이 인기였다. 몽클레르의 인기 제품은 백화점에서조차 재고가 없어 최대 몇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300만원대 롱패딩 '클로에' 라인은 강남에 있는 백화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 된 지 오래다. 캐나다 브랜드 무스너클과 영국의 버버리가 여성 소비자들이 꼭 사고 싶어하는 제품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 명품 '큰손' 2030, 온라인시장도 석권하나

서울 소재 한 백화점의 샤넬 매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대 직장인 손하은(가명)씨는 지난 1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샤넬과 디올로부터 모바일 메시지를 받았다. 이달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샤넬은 백화점 매장 방문 시 샘플 증정 이벤트를, 디올은 '기프트 컬렉션' 소개 관련 메시지를 각각 보내 왔다.

손씨는 "모든 메시지가 브랜드 온라인숍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를 통해 디올에서 40만원대 스터드 귀걸이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곧 샤넬의 오프라인 매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콧대가 높았던 명품 브랜드들이 문턱을 낮춰 온라인으로 접근성을 높이며 젊은 소비층에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출범한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도 지난달 30일 해외 직구 서비스 '엘부티크'를 오픈했다. 2030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이다. 유럽 현지에 있는 20여개 명품 편집숍이 보유한 생로랑,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오프화이트 등 400개 브랜드의 2만여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에서 해외직구 서비스 '엘부티크' 캡처

롯데온은 5~9월 전체 명품 매출에서 2030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대가 18.9%, 30대가 33.2%의 명품 매출 비중을 보이자,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영준 롯데e커머스 명품팀장은 "최근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가 상품에 선뜻 지갑을 여는 2030 구매비율이 높아졌다"며 명품 시장에서 2030세대가 확실한 소비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대의 명품 구매력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6,000건이었던 20대 명품 구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만4,000건으로 늘어났다. 2년만에 7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도 명품 소비는 커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조사한 2020년 소비자행태조사에서 '플렉스 소비' 경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액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깬 곳이 바로 명품 시장이다.

해외 언론들에 따르면 루이비통, 디올 등 많은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프랑스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올 3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깜짝 실적을 올렸다. LVMH의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던 것을 떠올리면 상당한 성장세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마찬가지였다. 올 3분기 매출이 젼년 동기 대비 6.9%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플렉스(과시형) 소비'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 따르면 올해 소비 트렌드는 스트레스 해소, 자기만족 관점에서 플렉스 소비가 유행했다. 플렉스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젊은 세대일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렉스 소비를 하는 편'이라고 한 응답자들은 고가 명품 브랜드를 구매했다. 그 중 화장품과 명품 패션·잡화 품목이 전체 평균보다 소비 성향이 더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바코는 "이는 코로나로 인한 억눌렸던 소비 보상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소비 폭발로 이어진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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