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플렉스는 왜 몰락하나 [라제기의 슛 & 숏]

지난해 이맘때쯤 프랑스 파리에서 산책하다 작은 극장을 발견했다. 4층 높이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곳이었다. 건물 규모에 비해 놀랍게도 7개 관으로 구성돼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와 ‘스턴트맨’을 비롯해 8편이 고루 상영 중이라 더 놀라웠다. 한국 멀티플렉스보다 덩치는 훨씬 작지만 상영작들은 더 ‘멀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영화 사업자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이 최근 합병을 발표했다. 핵심은 두 회사의 멀티플렉스체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결합이다. 롯데시네마(915개)와 메가박스(767개)의 합병이 완전히 이뤄지면 상영관 수(1,682개)에서 1위 업체 CGV(1,346개)를 앞지른다. 극장업계는 ‘빅3’에서 양강 체제로 재편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극장가가 불황의 늪을 헤쳐 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극장가 불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마냥 감염병 탓만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2024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매출은 1조1,942억 원이다. 코로나19 직전 최고 호황기였던 2019년(1조9,139억 원)의 53%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극장 매출은 335억9,900만 달러였다. 2019년의 87.2% 수준이다.
국내 극장들만 되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쏠림 현상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명 배우와 유명 감독들이 OTT와 손잡고 일하니 관객이 즐길 만한 한국 영화가 줄어든 건 맞다. 홀드백 기간의 붕괴 역시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일정 기간을 거친 후 OTT로 갔던 영화들이 극장 상영이 끝나자마자 OTT로 직행하고 있다. OTT 한 달 이용료에 해당하는 관람료를 들여 굳이 극장에 갈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스타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다시 만들고, 홀드백이 재정립된다고 극장이 부활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국내 극장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다양성 부족이라는 생각에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 대작에만 몰아주기 상영을 해서는 떠난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 상영 점유율 80.9%(10번 상영하면 8번이 ‘어벤져스’였다는 의미)를 차지해 큰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범죄도시4’는 82%로 ‘신기록’을 세웠다. 불황에 신음하니 극약에 더 손이 가는 식이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중앙은 합병을 선언하며 ‘차별화된 상영 환경 구축’을 내세웠다. 여전히 ‘하드웨어 개선’ 운운하고 있는 셈이다. 극장 불황은 쉬 끝나지 않을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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