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상관 없어요' 서류만 보고 뽑는 공공 인턴 해보니

박유연 기자 2020. 12.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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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 인턴십 노하우와 하는 일, 인턴 3인 인터뷰

코로나 사태로 한국과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예상됩니다.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턴, 공모전 등 각종 대외활동 기회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인턴이 그나마 청년들의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한국판 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데이터 댐’ 조성을 발표했다. 여러 곳에 분산되어있는 데이터를 쉽게 수집·가공·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데이터 저장소를 만드는 일이다.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세 명의 인턴을 만나, 합격 노하우와 공공 인턴의 생활을 들었다. 개그맨 이수지 씨 사회로 동영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인터뷰하는 개그맨 이수지, 인턴 문인영, 김이슬, 이은용씨(왼쪽부터) /더비비드

◇전공, 경력 상관 없이 서류로 선발

이은용(31), 김이슬(30), 문인영(27) 씨는 현재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과천도시공사에서 청년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모집한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공공데이터에 관심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라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공을 보지 않고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지원자를 모집했다.

-지원 동기는요.

(이은용) “다른 공모전에 사용할 정보를 찾던 중 공공데이터 포털에 우연히 들어가게 됐습니다. 포털에서 찾은 데이터를 몇 번 활용하면서 공공데이터를 형성, 관리하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던 중 행정안전부에서 공공데이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습니다.”

(문인영) “통계학을 전공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십을 통해 원천데이터를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관심이 생겨 지원했습니다.”

(김이슬) “저는 법학을 전공했는데요. 데이터에 대한 관심만으로 인턴십에 지원해서 운좋게 합격했습니다.”

인터뷰하는 이수지 씨와 인턴들 /더비비드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요.

(김이슬) “면접을 따로 보지 않고 서류 전형으로만 채용이 이뤄졌어요. 자기소개서를 공들여서 썼던 이유입니다. 비전공자이지만 일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도 열심히 배워서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문인영) “지원하기 전에 인턴 직무기술서를 읽어 봤어요.기술서에는 인턴들이 기관 담당자분들과 협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다른 아르바이트, 기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담당자 관계자들과 소통해서 협업할 수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보이려고 노력 했습니다.”

정부는 합격자에 대해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데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현장에 배치했다.

업무를 보고 있는 인턴들 /더비비드

-어떤 교육을 받았나요. 교육 내용에 대한 소감도 말씀해 주세요.

(이은용) “행정안전부 데이터 교육을 받았어요. 코로나19로 여러 사람이 모이기 힘든 상황인 만큼 온라인으로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정보시스템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공공데이터 정책에 대해서도 익혔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진단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김이슬) “사전교육을 받으면서 공공데이터가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비전공자가 현장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공부를 한 채 현장에 나가니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문인영) “교육을 통해 공공데이터 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이를 활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과천도시공사를 돌아보고 있는 이수지 씨와 인턴들 /더비비드

◇공공데이터 점검과 발굴 업무

교육 이수 후 현재 주 5일 40시간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세 명의 인턴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공공데이터 데이터베이스(DB) 품질진단과 신규개방데이터 발굴이다. 품질진단은 공공기관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데이터 형식이 적절하게 작성돼 있는지 점검하는 업무다. 신규개방데이터 발굴은 공공기관에서 개방하고 있는 데이터를 제외하고 일반 이용자가 필요로 할 만한 데이터를 선정해서 이를 활용하기 쉽게 가공하는 것이다.

-공공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이은용) “데이터베이스, 전자화된 파일 등 형태로 공공기관이 생성·취득·관리하고 있는 자료나 정보를 뜻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방식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각종 정보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보다 많은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다 많은 공공데이터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현장 /더비비드

-공공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김, 문) “활용처가 다양한데요. 예를 들어 각 은행과 공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 대상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금리도 알려주는 오픈 API를 공공데이터로 만들 수 있고요.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데이터를 모아서 표준데이터로 만들면 장애인분들이 관련 정보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맡은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김이슬) “데이터 품질진단은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정보를 표준화된 형식에 맞추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전화번호의 지역 번호를 표시하는 방법은 많아요. 괄호, 하이픈 등 다양한 기호가 쓰이죠. 한 전화번호가 정보를 기입하는 주체에 따라서 다르게 표시되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워져요. 이런 불편함을 줄이고자 인턴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표준형식에 맞게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데이터를 진단하고 수정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문인영) “신규개방 데이터 발굴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할 만한 공공데이터가 뭔지 발견하는 업무예요. 과천도시공사에는 과천시민회관, 공원시설, 청소년수련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시설 등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운동하기 위해서 자주 찾는 곳들이죠. 저희는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서 체육시설을 이용하기 편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공 데이터 활용 작업을 하고 있는 문인영, 이은용 씨 /더비비드

-어떤 데이터 활용을 제안해 보았나요.

(문인영) 체육시설에 유료사물함이 많아요. 어떤 강습을 듣느냐에 따라서 이용할 수 있는 유료사물함이 달라지는데요. 지금은 유료사물함을 대여하려면 구역별로 남아 있는 유료사물함이 몇 개인지 일일이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정보들을 한 곳에서 쉽게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사물함 찾을 수 있으면 실용적이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어떤 식으로 공공데이터를 구성하고 공개할 건지 계획서를 직접 작성했습니다. 이 아이디어 외에도 8가지 아이디어를 더 제안했습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 보람 느껴

세 명이 참여한 인턴십 프로그램은 4개월 단위로 진행돼 이달 마무리된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공식 수료증과 경력증명서를 받는다.

공공 데이터 활용 방안 의견을 나누고 있는 이은용, 문인영 씨 /더비비드

-인턴십 프로그램을 해보니 어땠나요.

(이, 김, 문) “인턴들이 데이터를 직접 발굴하는 등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찾아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희가 업무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직접 계획을 세웠거든요. 이후 계장님, 대리님께 관련 내용을 보고한 뒤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개선점도 찾았어요. 이렇게 저희가 직접 발굴한 데이터, 실제 완성한 업무가 공공데이터 포털에 공개되고 나면 무척 보람이었었어요. 제가 직접 해낸 일이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에 개방되어 활용된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인턴십 운영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이, 김, 문) “기관별로 업무에 대해 상세히 안내해줄 수 있는 인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도 운영매니저님과 기술매니저님이 계시지만, 특정 부분에 특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세부적으로 어떻게 업무를 진행해야 할지, 궁금한 사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턴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기관에 계시면 인턴의 업무도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공공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기관과의 협력도 원활해질 것 같습니다.”

인터뷰하는 문인영, 김이슬 씨 /더비비드

-근무 기간이 짧다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요?

(이, 김, 문) “더 길면 좋겠죠. 하지만 저희 말고도 수많은 청년들이 경험 쌓을 곳을 찾고 있어요. 그런데 인턴 구하기는 힘들고 일자리는 한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 나가 직접 일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데이터 같은 새 분야를 많이 키우셔서 인턴십 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취업 계획을 들려 주세요.

(이은용) “인턴으로 일하기 전에도 데이터 분석 직무에 관심이 있었어요. 관련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했죠. 이번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공공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직접 배우고 활용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력을 활용해서 공공데이터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컨설팅 회사, 표준을 만드는 정부 기관 취업을 알아볼 예정이에요.”

(김, 문) “이번 인턴십으로 공공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알 수 있었어요.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무를 잘 알아보겠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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