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단체여행?"..제주 코로나19 확산에 '엄마들 뿔났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이제는 아이 데리고 외출도 못 하겠어요."
27일 경남 진주 이·통장 집단 감염 사태로 인한 제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강(41)모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도내 74∼76번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했다는 문자를 들은 것이다.
그는 "정말 또 터질 게 터진 듯한 느낌"이라며 "도대체 이 시국에 단체로 제주를 여행 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했다.
이어 "확진자들의 동선은 왜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간다면 도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냐냐"고 말했다.
제주를 찾았던 단체 여행객에 의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제주로 번지면서 제주 지역사회는 또다시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주시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제주 여행을 통제해달라는 극단적인 국민청원 등이 연이어 올라가고 있다.
한 청원자는 '이 시국에 제주도로 이 통장 연수를 보내 코로나 집단감염을 일으킨 진주시를 고발한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을 글을 올렸다.
제주도민으로 보이는 또 다른 청원자는 '최근 제주도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합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고, 단순 여행목적의 방문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해당 청원은 제주지역 맘카페 등에서 링크를 걸어 확산하고 있다.
맘카페에서 아이디 '샤**'를 쓰는 회원은 "매일매일 쉬쉬하며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만 보고 있다"며 "어디서 어떻게 걸렸고 어디를 다녔는지 모르니 막연한 불안감에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익****'는 '76번 확진자까지 나왔다'며 제주도 방역 당국의 문자를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의 확산과 진정 사이를 오가는 패턴이 수개월째 반복되면서 지역사회도 그에 따라 요동쳤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제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었지만, 지역사회 불안감은 컸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출신 미국 유학생 모녀가 제주를 여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강남구 모녀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섰고, 급기야 청와대가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는 강남 모녀가 다녀간 피해 업체와 함께 1억3천2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어 지역경제 타격이 큰 상황 속에도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은 도민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관광 홍보와 마케팅을 한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여름철 들어 관광 회복세가 이어지던 중 제주를 방문한 서울 광진구 20번 확진자로 인한 도내 코로나19 'n차 감염'이 이어졌다.
8월 말에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불법 야간 파티를 연 제주 게스트하우스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자신들의 방문 이력을 거짓 진술한 목사 부부로 인한 도내 n차 감염이 계속됐다.
이번에는 진주시 이·통장 회장단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에 연수 여행을 왔다 돌아간 뒤 이들과 접촉한 도내 n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과 접촉한 도내 73번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그의 가족 A씨와 B씨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또 다른 접촉자로 분류된 C씨도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았다.
도는 진주 이·통장 회장단의 이동 동선과 당시 접촉자 등의 정보를 현재까지 비공개하고 있다.
도는 이동 동선 및 접촉자 등의 정보는 중앙방역 대책본부 정보 공개 지침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최소한만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관광산업이 제주지역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막연하게 관광객을 통제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제주도와 관광업계 차원에서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준칙을 지키도록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 역시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방역준칙을 최대한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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