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권발동'이 뭐길래..검찰총장 사퇴 부른 양날의 검

이윤희 2020. 6. 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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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한명숙 사건 관련자 감찰부 조사 지시
검찰청법 8조 '구체적 사건 지휘' 규정에 근거
2005년 천정배가 최초 행사..김종빈 총장 사표
"과거 사례와 달라" vs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
[과천=뉴시스]이윤청 기자 =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회동을 앞둔 지난 1월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0.01.07.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사건'과 관련해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수감자 중 한명을 대검찰청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도록 지시한 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현행법상 문제 없는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여태껏 실행된 사례가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그 한 차례 역시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18일 한 전 대표의 동료수감자 한모씨를 지목해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이 법무부에 접수됐고, 해당 사건은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조사 중이다. 하지만 '대검 감찰부 패싱' 논란이 불거졌고,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권부 배당 지시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법사위에서는 해당 진정사건에서 참고인 신분인 한씨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조사에는 응하지 않고, 대검 감찰부 조사에는 응하겠다고 쓴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추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 차원에서 확실한 진상 조사를 이끌겠다는 의지 표명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윤 총장의 힘을 빼는 일이기도 하다. 윤 총장이 진정사건 조사를 맡긴 중앙지검 인권감독관 대신 대검 감찰부가 조사의 전면에 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추 장관이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관여할 수 있다고 본 지휘권 발동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지휘권이 발동된 적은 단 한 차례에 그치며, 지난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은 인터넷 등에서 한국전쟁을 북한에 의한 통일전장이라는 취지로 표현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었다. 구속기소 방침을 세웠지만 그해 10월12일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지휘권을 발동했다.

법적 근거가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나아가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던졌고, 취임 6개월여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검찰은 그해 12월 강 교수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사이 긴장관계는 극으로 치달았고, 일각에서는 천 장관도 사퇴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중립을 훼손했다는 정치권의 비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처럼 홍역을 치른 뒤 15년간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적은 없었다. 실재하는 법적 권리지만 그만큼 검찰의 반발 또는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추 장관의 지시를 두고 지휘권이 발동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검은 "법무부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고, 법무 관계자는 "굳이 근거를 따지자면 검찰청법 8조가 맞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이란 표현을 쓴 적이 없고, (진정 사건의 참고인 조사 문제여서) 과거 사례와 동일시하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검사 출신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제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뇌물판결 뒤집기 위한 수사를 대검 감찰부에 맡기라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 이럴거면 검찰총장이 왜 필요한가? 법무부장관이 그냥 법무총장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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