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창의 아는 만큼 맛있다>전복, 쫄깃쫄깃한 하얀 속살.. 무더위 이기는 '바다의 기운'

기자 2018. 8.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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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보양식으로 자리 잡으며 요즘 출하량이 부쩍 늘고 있는 전복. 신선한 전복에서는 ‘바다 향기’를 간직한 다시마 맛이 난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먹이 풍부한 남해안 최적어장

전체 생산량의 80%가 완도産

2~3년 키우면 시장 출하 가능

자연산은 껍데기가 짙은 갈색

양식은 녹조류 먹어 파란색

살 많고 활발해야 좋은 상품

입·식도 제거하면 비린내 잡아

바로 먹지 않을땐 냉동보관을

전복스파게티 등 요리도 다양

2002년 우리나라 전복 생산량은 134t이었는데 한 해 뒤 1000t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만5000t을 넘게 생산하여 15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 전복 생산량 1위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전복 강국이 됐다. 이렇게 전복이 흔해진 것은 양식 기술 발달 덕분이다. 이제는 식물공장처럼 빌딩에서 수산물을 생산할 날도 멀지 않았다.

중국은 한 해 10만t 이상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푸젠(福建)성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가 풍부한 우리나라 남해안은 전복을 키우기에 매우 좋은 어장이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전복은 고유의 향을 지니며 식감이 좋다. 전복 전체 생산량의 80% 가까이 생산하는 완도 지역은 우리나라의 ‘전복 일번지’다.

이곳의 전복 양식에는 자식 농사와 같은 정성이 들어간다. 건강한 4∼5년산 어미 전복을 선발해 산란을 유도하고 체외수정을 한다. 전복은 암수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수정란이 부화하고 유생 시기를 거친 다음 2㎝ 정도의 새끼 전복이 된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파래나 미역을 주다가 자라면서 다시마 등 갈조류로 먹이를 바꾼다. 아기 전복은 육상이나 바다 양식장으로 옮겨져 누에가 뽕잎을 먹듯 해조류를 먹으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1년에 2∼3㎝ 자란다.

개체 수가 너무 많으면 성장이 느려지거나 개체 간 크기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밀도를 낮추는 선별 작업을 한다. 다시마나 미역 등 갈조류를 먹이며 2∼3년을 키우면 시장에 출하 가능한 20미 정도의 전복이 생산된다. 전복을 세는 단위인 미(尾)는 1㎏에 몇 마리가 있느냐 하는 단위이다. 10미 전복이라면 한 마리가 100g 정도 무게가 되는 것이다. 5∼6년을 키우면 마리당 200g에 가까운 5∼6미 정도의 대형 전복이 생산된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오랜 기간 키우기에는 부담이 커서 큰 전복이 흔하지는 않다.

전복은 거친 파도에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납작한 구조로 돼 있다. 등에는 세월의 풍파를 짊어지고 껍데기에 차곡차곡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힘이 장사라서 근육질 다리로 바위에 딱 붙으면 떼어내기 어렵다. 두꺼비 껍질을 하고 있어도 그 속에는 진주 빛깔 영롱한 아름다운 광택을 품고 있다.

채취에 의존하던 시기에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커다란 자연산 전복이 많았다. 오래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산 전복은 껍데기가 짙은 갈색인데 양식 전복은 녹조류 먹이를 먹어 껍데기에 파란색이 많다.

양식에 쓰이는 전복 품종은 참전복이라고 부르는 북방전복이다. 제주도 해물 뚝배기에 들어가 국물맛을 좋게 했던 오분자기는 전복의 사촌뻘이다. 최대 크기 8㎝ 정도로 전복보다 작고 껍데기에 있는 구멍도 전복은 5개 정도인데 7∼8개 정도로 많다. 전복은 구멍이 작은 화산처럼 솟아있는데 오분자기는 그렇지 않다.

바다 향기를 간직한 전복에서는 다시마 맛이 난다. 내장은 더 깊은 ‘바다 맛’을 낸다. 전복 살은 쫄깃쫄깃해 식감이 좋다. 익히면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한 입만 먹어도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복은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자리 잡아 7월부터 추석 전까지 출하량이 많다. 어떤 전복을 고르는 것이 좋은지를 농협유통 수산팀 김종태 팀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살이 많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전복이 좋다. 보통 1㎏에 20미 정도 크기의 전복이 시중에 많이 나온다. 최근에는 5∼6미 정도의 큰 전복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전복이 싼 가격에 나오고 있어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마리당 50g 정도의 전복은 보통 2∼3년을 키운 것이고, 어른 손바닥 크기인 10㎝ 이상의 전복은 5∼6년 정도 키운 것이다.

전복은 손질을 잘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칫솔이나 수세미로 검게 끼어 있는 이끼를 잘 닦아내면 된다. 특히 살이 겹쳐 있는 옆면을 깨끗이 씻어야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전복 껍데기에서 살은 숟가락을 이용해 분리한다. 전복살에서 입과 식도를 한 번에 제거하여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전복은 내장이 그대로 있는 상태라 냉장고에 오래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내장은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복을 바로 먹지 못할 경우는 그대로 냉동 보관하는 것을 권한다. 해동한 후에는 빨리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전복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윤기가 나게 조린 전복초, 전복 김치 등 전통 음식도 있지만 전복 피자, 전복 스파게티, 전복 라면 등 현대 음식도 있다. 요리하기도 쉽고 전복 하나만 올라가도 고급 음식이 된다. 날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맛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전복죽도 좋다. 전복장을 만들어 반찬으로 먹어도 좋다.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다. 다식을 만들기도 했다. 암컷의 내장은 녹색을 띠고 수컷의 내장은 황색을 띤다. 전복죽을 끓일 때 넣거나 데쳐 미나리나 파무침을 곁들이면 술안주로 좋다.

인터콘티넨탈호텔 일식당의 조리장을 역임한 장재일씨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전복 요리인 ‘전복 술찜’을 추천했다. 전복과 같은 최고의 재료를 선물로 받았거나 몇 킬로 샀을 때 권하는 방법이다. 살아 있을 때 몇 마리 먹고 남은 전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다.

전복에 꽃소금을 뿌리고 수세미로 문질러 깨끗이 씻어둔다. 껍데기도 씻는다. 생와사비 20g, 청주 3.5컵, 국간장과 조미료를 조금 넣고 함께 끓인다. 냄비에서 끓어오를 때 손질해 둔 전복 10마리를 넣는다.

약 5분을 끓인 후 불을 끄고 얼음물에 식혀 냉장고에 국물과 함께 보관하며 먹는다. 반드시 젓가락이나 집게로 필요한 양만 건져 숟가락으로 살을 분리해 먹는다. 내장은 2∼3등분으로 잘라놓고 전복 크기에 따라 살을 4∼6토막으로 자른다. 그릇에 얼음을 담고 그 위에 전복과 내장을 올린다. 레몬 1조각을 놓은 다음 국물을 부어 마무리한다. 이 국물이 진미다.

전복 요리를 할 때는 전복이 익으면서 거품이 수면 위로 뜨는데 이때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그 거품을 즉시 걷어내야 맛있는 요리가 된다.

옛날에는 전복을 찐 다음 실을 꿰어 말려 3∼4년간 저장하며 먹었다. 향토 음식인 전복장도 저장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전복 통조림도 생산했다. 전복 생산량이 늘면서 가공품도 늘고 있는데 다양한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추천한다. 산모, 어린이, 노약자, 수험생 등 대상별로 특화한 맞춤형 가공품도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

신구대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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