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릉 돌계단 무너져내려 겨우 형태만..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이야기할 때 늘 선두에 등장하는 고구려 고분벽화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광개토왕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은 돌계단이 무너지고, 무덤을 지탱하던 돌들이 흘러내려 널부러져 있었다.
최근 동북아역사재단과 중국 지린성 지안시와 환런시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를 탐방했다. 고구려 유적지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귀족무덤으로 추정되는 ‘오회분 5호묘’는 상상했던 것보다 작았지만 벽화는 화려했다. 중국 당국은 벽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안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벽화가 있는 묘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폭 1m 남짓한 검은 철재문을 달았고, 천장에는 여러 대의 보안카메라를 설치했다. 안쪽으로 20여m쯤 들어가 끝에 도달하니 ‘사신(좌청·우백·주작·현무) 그림’으로 불리는 화려한 벽화가 나타났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여성 안내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안내원은 철저히 중국의 역사관에 따라 안내했고, 관람객 간의 대화는 가로막았다. 관람객은 묘실 바닥에 놓인 3구의 석관 위에 올라서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중국 지안에 있는 광개토왕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큰사진)과 고분벽화로 유명한 ‘오회분 5호묘’ 안내판(작은사진) . 태왕릉은 돌계단과 무덤를 지탱하던 본붕의 돌들이 흘러내려 널부러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 오회분 5호묘의 벽화도 결로현상으로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백태현상이 나타나는 등 관리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
이 상태로 가면 머지않아 벽화의 원형이 훼손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관대 위에 올라서면서 금세 갈라질 것 같아 불안했다.
이 고분벽화는 고구려의 번창한 문화예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특히 가능한 한 접착제에 의존하지 않고 석재 위에 바로 채색하는 조벽지(粗壁地)기법으로 조성된 몇 안 되는 유물이다. 이로 인해 1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변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농숙한 채색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벽화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근에 유사한 모형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실물은 연구나 학술 목적으로 극히 제한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광개토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했다. 태왕릉은 잘 다듬은 돌로 축조한 방형 평면을 지닌 계단식 돌무지무덤으로서 현재 11단이 남아 있다. 잔존하는 무덤의 정상부는 한 변 24m 정도의 평평한 면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매장주체부가 노출되어 있다. 매장주체부는 돌로 쌓은 석실과 석실 내부에 맞배지붕 형태의 석곽(石槨)이 있고, 석곽 안에는 관대(棺臺)가 동서 방향으로 두 개 놓여 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간 피라미드 형태를 띤 돌무덤 윗부분에 있던 돌계단은 모두 무너져내려 겨우 형태만 남아 있었다. 돌계단 안쪽에 있던 돌무덤도 흘러내려 원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허가 되었고, 곳곳이 움푹움푹 파여 있었다. 여기에 관이 안치되어 있었을 무덤 꼭대기 부분의 입구는 뻥 뚫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도록 방치되어 있었다.
고구려의 고분과 벽화가 이처럼 위태로운데도 중국 당국은 방문자를 감시하고 미행할 뿐 유적지를 질적으로 연구하려는 자세는 엿보이지 않았다.
공안은 답사단 안내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방문목적을 캐물었다. 그러면서도 고구려 유적지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방편으로 도로를 넓히고 조경사업을 벌이는 등의 겉치장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동북아재단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 훼손되어가는 고구려 벽화나 태왕릉을 공동으로 복원하고 연구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고구려 유적지를 양국이 함께 연구하고 복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보존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안(지린성)=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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