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더 쓰면서 덜 내고 싶은 마음
이 와중에 많은 이에게 욕먹을 각오로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도대체 왜 통신 요금을 내려야 하나. 통신 요금 인하를 얘기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①국내 통신 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 ②그래서 마음 놓고 쓰질 못한다. 두 가지 전제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글로벌 통계 여러 개가 이를 증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34개국을 비교했다. 물가와 소득 수준 등의 차이를 없앤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따지니 한국 이동전화 요금이 OECD 회원국 중 평균보다 그룹별로 15~39% 쌌다(2015년 기준).
도쿄·뉴욕·런던·파리·뒤셀도르프·스톡홀름·서울을 비교한 일본 총무성 조사(2015년)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모든 스마트폰 사용 그룹에서 요금이 싼 순위로 2위 또는 3위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세계 평균보다 3배 많은 스마트폰 데이터를 쓴다(2017년 기준).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에 의하면 한국인 1인당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은 세계에서 네 번째(6.37GB)다. 한국 위에는 핀란드(17.31GB), 대만(13.3GB), 일본(6.64GB)밖에 없다.
최근 카톡으로 받은 유머 ‘한국인 고문방법 8가지’ 중 2개는 스마트폰·정보기술(IT) 관련이다. ‘화장실 갈 때 휴대폰을 못 갖고 가게 한다’와 ‘인터넷 속도를 줄인다’. ‘한국인=스마트폰 많이 쓴다’는 우리 스스로도 수긍하는 공식이다.
더 쓰면서 덜 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공짜는 없다. 한때 통신은 전기·수도·도시가스 요금과 마찬가지로 공공재였지만 이젠 아니다.
통신료를 깎아 달라기 전에 소비자가 ‘데이터 다이어트’를 진지하게 시도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쓰는 통신사의 요금이 너무 비싸다 싶으면 알뜰폰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도 최신 스마트폰에 빠른 데이터 속도를 누리면서도 덜 내고 싶은 마음은 지나친 욕심이다. 스스로 데이터 다이어트를 하기 힘들다면, 이통사에 억지로 요금을 내리는 대신 스마트폰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늘려 보라고 하면 어떨까.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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