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엘리트들 비밀회의 '빌더버그'..올해 주제는 美대선·중국
전 세계 소수 엘리트들이 비밀리에 회동해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빌더버그 회의'가 올해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9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습니다.
1954년 출범해 반세기 넘도록 베일에 싸여 있던 빌더버그 회의는 세계 거물 인사들이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계 그림자 정부'로 불렸습니다.
회의 내용은 물론이고 참석자까지 철저히 극비에 부치는 바람에 '비밀결사'라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형성돼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렸고 각종 음모론이 양산됐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빌더버그 회의와 관련한 기이한 음모론 중에는 운영자가 파충류의 후손인 반인반수라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회의가 미국 공화당과 유럽연합(EU)을 지배한다거나 독일에 나치의 '제3국'에 이은 '제4 제국'을 만들 것이라는 음모론도 있습니다.
역대 회의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가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은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어 비밀주의는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정계, 재계, 학계의 거물급 인사 120∼150명만 초청한다는 점에서 소수 엘리트 모임이라는 이미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 주최 측이 공개한 참석자 명단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벨기에의 샤를 미셸·네덜란드 마르크 뤼테 등 현직 총리 2명,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포함됐습니다.
또한, 간략한 의제는 공개하나 회의 내용은 여전히 극비다.
의사록도 없고 투표도 진행되지 않고, 참석자는 회의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발언자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규정도 엄격히 유지됩니다.
주최 측이 제시한 안건들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아우릅니다.
무엇인지 명시되지 않은 '현안들'에 이어 두 번째 제시된 의제는 '중국'으로, 한때 서구에 한정됐던 의제가 이 만큼 확장됐다는 점뿐 아니라 중국의 커진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유럽' 의제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난민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정치 지형과 경제' 의제에서 미국 대선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러시아 ▲중동 ▲사이버안보 ▲노동자와 중산층 문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 ▲기술혁명도 포함됐습니다.
홍지영 기자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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