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20년 익산 왕궁리 유적
부여문화재연구소 국제학술회의(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삼국사기 신라본기 태종무열왕 8년(661) 항목에서는 "왕이 죽으니 시호(죽은 뒤 올린 이름)를 무열이라 하고 영경사(永敬寺) 북쪽에 장사지냈다"고 했다.
한데 이에 바로 앞선 기사에서는 "대관사(大官寺)의 우물물이 피로 변해 금마군(金馬郡) 일대 땅에 피가 흐르니 (그 핏물은) 너비가 5보였다"고 했다.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죽음을 예고하는 사건이 왜 하필 하고많은 땅 중에서도 금마군, 즉, 지금의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재이(災異)였을까? 그 직전까지 백제 땅이었던 이곳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기사에 보이는 대관사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가 1989년 9월 이후 익산 왕궁리 유적이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이 일대에 있던 사찰로 밝혀졌다. 이곳에서 대관대사(大官大寺), 대관궁사(大官宮寺), 혹은 대관사(大官寺)와 같은 글씨를 새긴 기와가 다수 발굴됐기 때문이다.
인근에 미륵사터나 제석사터와 같은 대규모 백제시대 사찰이 있는 왕궁리 유적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이 20년 동안 왕궁리 유적은 한성(풍납토성 일대 서울), 웅진(공주), 사비(부여)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백제 수도로 일약 다시 태어났다.
왕궁리 유적이 왕궁, 혹은 왕성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유적이라는 데는 어느 고고학자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만도 왕궁리 유적 발굴이 가져온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왕궁리 유적을 백제사 또 하나의 수도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제1 수도 사비, 제2 수도 웅진과 동시대에 존재한 제3의 '작은 서울'로 봐야 하는지를 둘러싼 학계의 대립은 만만치 않다.
왕궁리 유적을 비롯해 미륵사터, 그리고 제석사터 유적을 장기간 발굴조사 중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심영섭)가 왕궁리 유적 발굴 개시 2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오는 9-10일 익산 소재 원광대 6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익산 왕궁리 유적의 조사성과와 의의'라는 주제 아래 한ㆍ중ㆍ일 3개국 연구자들, 특히 도성(都城) 유적 전문가들을 초빙해 동아시아 역사에서 왕궁리 유적이 갖는 의미를 집중탐구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단인 부여문화재연구소와 국립문화재연구소 팀원들이 왕궁리 유적 조사 현황과 특징을 소개하며, 일본과 중국에서 초빙한 고고학자들은 왕궁리 유적과 비슷한 시기 각각 중국과 일본의 도성 유적과 왕궁리 유적을 비교한 성과를 내놓는다.
왕궁리 유적이 한국 '화장실 고고학'의 본거지로 떠오르는 것과 관련해,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 이노우에 가즈히토(井上和人) 씨는 기존에 일본에서 '화장실'이라고 보고된 유적은 엄밀한 의미에서 화장실이라기보다 휴대용 변기에 담은 배설물을 각자 가져다가 버린 곳이라는 견해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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