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1000가구 넘는 시군구 23곳...지방 미분양 습관성 고질

김태윤 2025. 2. 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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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아파트에 '1억 이상 파격 할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미분양 아파트가 1000가구 이상 쌓인 시·군·구가 2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곳이 지방이다. 대부분 과거에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지역이다. 이르면 이번 주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땜질식·떨이식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통계누리를 분석한 결과,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중 미분양 아파트가 500가구를 넘는 곳은 39곳(17.3%)이다. 1000가구 이상 적체된 곳은 23곳이다. 이 가운데 19곳이 비수도권이다. 수도권은 경기 평택·이천시, 인천 서구·계양구 등 4곳에 그쳤다.

김영옥 기자

지방 미분양은 고질적 문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16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97차에 걸쳐 매달 미분양 관리지역을 선정·공고했다. 미분양 주택 1000가구 이상, 전체 공동주택 중 미분양 가구 수가 2% 이상인 지역 중에서 ▶미분양 증가▶미분양 해소 저조▶미분양 우려 중 1개 조건을 충족하면 선정한다. 226개 시·군·구 중 84곳(37.2%)이 한 번 이상 미분양 관리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본지가 1~97차 미분양 관리지역(이하 관리지역)에 선정된 1795곳(누적)을 분석했더니 ▶미분양이 난 곳에서 또 미분양이 발생하고 ▶미분양 늪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고 ▶한 곳에서 미분양이 터지면 전염성이 높은 특성을 보였다.

◆미분양 난 데서 또 미분양=전북 군산시는 2023년 3월(74차)부터 지난해 6월(89차)까지 관리지역에 묶여 있었다. 군산은 2018년 9월(25차)~2019년 12월(40차)에도 관리지역이었다. 앞선 1~12차 때도 이름을 올렸다. 미분양을 털면 쌓이고 털면 또 쌓였다는 얘기다. 충북 음성군은 2018년 11월~2019년 6월, 2022년 3~5월에 관리지역에 선정됐다. 2023년 2월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가 올해 2월 해제됐는데, 그마저도 미분양 가구 수가 기준점(1000가구)에서 단 2가구가 모자란 998가구였기 때문이었다. 강원 속초·강릉, 충남 서산, 경북 포항도 관리지역 선정·해제를 반복했다.

김영옥 기자

◆한 번 걸리면 토착병처럼=관리지역에 선정되면 해제되는 데 길게는 4~5년이 걸렸다. 경북 경주시는 2016년 6월에 선정돼 48개월 동안 관리지역에 묶여 있었다. 이후 2022년 3월에 다시 선정돼 올 2월까지 33개월째 관리지역에 풀려나지 못했다. 81개월 동안 관리지역이었던 셈이다. 2021년 2월에 선정된 전남 광양시는 올 2월까지 44개월째 관리지역에 묶여 있다. 경남 창원(60개월), 경남 거제(58개월), 강원 원주(53개월) 등도 미분양 딱지를 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처럼 번지는 미분양=2021년 12월(62차) 전국 미분양 관리지역은 1곳이었다. 하지만 2022년 초 미국발 금리 인상 쇼크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자 관리지역이 전국으로 퍼졌다. 2022년 4월에 5곳, 7월 9곳, 9월 15곳으로 늘었다. 결국 HUG는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관리지역 선정을 중단하고, 이듬해 2월 선정 기준을 기존 500가구에서 1000가구로 완화했다. 올 2월 기준 관리지역은 경기 이천, 강원 속초, 전남 광양, 경북 경주 4곳이다. HUG 관계자는 “옛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20~30곳은 관리지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중인 아파트 이미지. 중앙포토

미분양 심화는 주택 착공 감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건설업 폐업과 취업자 수 감소, 지역경제 위축 등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일부 건설업체는 안 팔릴 게 뻔한 곳에 아파트를 지어놓고 미분양이 나면 정부에 손을 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대 정부 역시 미분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봉책·당근책을 내기에 급급했다. 2023년 1월 무순위 청약 대상을 유주택자로 넓히고 거주지 제한을 푼 것도 미분양 해소 방안이었다. 하지만 ‘로또 줍줍’으로 불리며 청약 과열 부작용만 낳았고, 최근 정부는 다시 무주택자로 대상을 제한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에만 세 차례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을 내놨다. 달라진 건 없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증감과 상관없이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이후 80% 안팎으로 고착됐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비수도권에 미분양이 쏠리는 것은 오랜 기간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국내 주택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미분양은 인구 감소 등 거시경제적 측면은 물론 주택 수급, 유동성과 금리, 정부 정책 등 복잡한 원인이 있다”며 “대출 규제를 풀거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주는 등 땜질식, 미분양 떨이식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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