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만 되면 수억원이…" 강남 '로또 청약'의 이면 [더 머니이스트-김효선의 부동산이지!]

2025. 1. 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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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로또 청약' 분양가 상한제…이대로 괜찮은가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한 ‘2025 유통산업 백서’에서는 올해 소비시장 5대 키워드로 ‘S.N.A.K.E’를 제시했습니다.

S는 생존(Survival), N은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Next Biz model), A는 인공지능(AI), K는 K컬처(K-Culture), E는 가격 중시 소비 트렌드(Economical consumption)를 의미합니다. 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유통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돌파구를 찾고, 가격 중심의 불황형 소비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택 산업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두운 경제 전망과 고물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소비 심리가 강합니다.

이러한 소비 심리 위축은 수급 불균형을 가져오고,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게 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가성비가 있는 매물 중에서도 향후 자산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성비 주택 매입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성비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대상 주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란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서 정부가 분양가격을 정책적으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인근 지역의 과도한 가격 상승을 방지하고, 소비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해 분양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며, 정부가 설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보통 시세의 60~80% 수준의 낮은 분양가가 산정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에 해당하며 2017년부터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택법에 따르면 공공택지 외의 택지는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일정 요건에 해당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2025년 1월 현재 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 한합니다. 국지적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는 셈인데,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고분양가 시대와 맞물리면서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분양가가 급격하게 높아진 이유는 몇 년 사이에 공사와 관련된 비용이 모두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분양가로 분양해도 수요가 있을 만한 알짜 지역에 오히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산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4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강남3구 및 용산구 등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안전마진이 보장되는 '로또 청약' 지역이 됐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현금 부자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위화감마저 조성합니다.

둘째 로또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운 자산가들이 공급부족 이슈에 위기감을 느끼며, 주변 지역의 신축 아파트에 몰리면서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023년 준공,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50억원 이상에 거래된 건수는 7건입니다.

셋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에서는 진행하던 사업이 좌초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공사비는 지난 3년간 20% 이상 올랐음에도 분양가에 제한이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공사들이 사업을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방 소도시는 올라간 공사비로 인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한 공급 위축, 건설사들의 원가 절감을 위한 아파트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산정돼도 인근 주택 가격 과열 현상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커진 상황이라면 이대로 괜찮은지 점검해 봐야 합니다. 민간택지의 분양가격 산정은 시장에 맡기고, 지역별 수급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주택 산업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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