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택거래…1년새 아파트 매물 27% 늘어

집값 회복 더뎌 3년째 침체
취득세 중과 부담까지 겹쳐
거래량 3년전 대비 반토막
작년 44만개였던 전국 매물
올해 12만개 늘어난 56만개
"취득세 완화로 숨통 터줘야"

1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물이 56만2517개로 집계되며 관련 통계가 정비된 2021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매경DB

"집 한 채 사려면 취득세가 1억원이 넘는데 어떻게 사나요. 내 집 팔기 전에는 절대 이사하지 말라는 거죠."

올해 초 자녀 진학 때문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수를 알아보던 김 모씨는 계획을 포기하고 '전세살이'를 택했다. 새집을 사서 거주하고 싶었지만 취득세가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는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부동산 경기 부진과 함께 취득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총 56만2517개로 1년 전(44만1740개)보다 27%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다치다. 그 전에는 중복 매물이 많아 이를 걸러낸 정확한 매물량은 2021년부터 집계되고 있다.

매물이 쌓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부동산 경기 부진이 거론된다. 여기에 더해 취득세가 거래 정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채 새집을 사면 2주택자로서 취득세 8%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도 "집을 내놓은 지 6개월이 다 돼가는데 팔리지 않고 그사이 내가 이사하려는 아파트는 집값이 소폭 올랐다"며 "요즘 같은 침체장에서는 취득세 8%도 큰 부담이어서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를 막겠다며 최대 12%까지 올려버린 취득세 중과세율은 3년째 침체 중인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현재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주택 청약 경쟁률이 5대1 이상인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부터 취득세 8%, 3주택 이상이면 12%를 내야 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주택부터 8%, 4주택 이상은 12% 취득세를 낸다. 1주택자가 기존 집을 팔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 조정대상지역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만 800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집값 전망은 불투명한데 취득세 등이 발목을 잡자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2년 연속 100만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19년 121만7661건, 2020년 157만5375건, 2021년 117만6473건으로 100만건을 훌쩍 넘었지만 2022년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64만9652건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엔 이보다 소폭 오른 73만6843건을 기록했다. 거래량 73만여 건은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0년의 46% 수준이며, 10년 전인 2014년(107만건)과 비교해도 68% 정도에 그친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20년 차 공인중개사는 요즘 시장을 "팔리는 것만 팔리고 나머지는 손님들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재건축 가능성이 낮은 구축이나 나 홀로 단지 등은 지난 3년간 거래가 한 건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강동구 명일동 103가구 규모 아파트 '형인허브빌'은 2021년 이후 거래가 없다. 강동구 암사동 '동원베네스트'(106가구)도 3년째 거래가 전혀 없다.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 하락기에는 아무도 '못난이' 매물을 사려 하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가격이 싸면 다주택자들이 샀지만, 요즘은 취득세가 중과되는데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아파트 입주 전망 지수'에서도 입주 전망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꼽힌다. 4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3.4%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했는데, 그 원인 중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 가장 큰 33% 비중을 차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취득세 중과가 부동산 거래 침체를 유발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친다며 완화책을 발표했다. 2주택 보유자의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중과세율 대비 50%를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취득세 중과 완화는 지방세법을 개정하는 국회 입법 사항으로 2022년 12월 2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막혔다.

상속·증여세 전문 이장원 세무법인 리치 세무사는 "누가 봐도 집을 팔기 힘든 세상인데 집을 사는 것에 징벌적 과세를 매기다 보니 내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