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마지막 기회
정부는 2022년 8월 주택(인허가 기준)을 5년간 270만 호(수도권 158만 호, 지방 112만 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공급도 같이 위축되고 있다. 시장은 침체와 상승을 반복한다. 침체기에는 공급 부족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상승기에는 오히려 가격 급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침체기, 상승기 상관없이 매년 일정한 물량이 공급되는 게 중요하다. 공급 정책의 흐름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살펴보자.
정부의 공급 로드맵(2022년 8월 16일 발표)에서 제시된 물량을 분야별로 점검해 보자. 수도권 158만 호(공공택지 62만 호, 정비사업 37만 호, 기타 민간아파트 23만 호, 기타 민간 비아파트 36만 호)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공공택지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3기 신도시급(약 35만3000호)과 중소 택지(약 12만7000호) 등 약 48만 호다.
현 정부에서 발표한 김포한강2(4만6000호), 평택지제(3만3000호), 구리토평2(1만8500호), 오산세교3(3만1000호), 용인이동(1만6000호)까지 더하면 62만 호를 웃돈다. 숫자상 목표치는 달성하였다. 3기 신도시는 입주 시기가 계속 늦어져 2026년부터 2030년대 초로 예상된다. 특히 김포한강2는 입주 시점의 교통이 큰 문제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한강선) 개통이 10년 후라고 보면, 설령 그 전에 입주하더라도 서울 접근성의 한계로 주택 분산 효과는 제한적이다. 서울 관점에서 주택 대체성을 가진 택지는 구리토평2가 유일해 보인다.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재수립해야
3기 신도시는 필자가 수차 언급했듯이 물량을 25만 호 늘려, 2기 신도시 수준인 61만 호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1월 10일 발표한 대책을 통해 겨우 3만 호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용적률도 196%(약 15~20층)에서 5%포인트 늘릴 뿐이다.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 개발처럼 최소 300~400%(약 30~40층)로 확대하면, 아주 쉽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25만 호가 아니라 30만 호도 가능하다.
또한 과도하게 책정된 공원녹지(도시 면적 34%)는 2%포인트 축소하고, 지나치게 많은 자족용지(도시 면적 13.8%)는 10~15% 내 협의 조정에 머문다. 자족용지에 지어질 지식산업센터는 지금 공실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애초 공원 면적보다도 적게 책정한 주택용지(도시 면적의 24.4%)는 미세하게 늘어 3만 호 증가에 그친다.
결국 공공택지 물량을 늘려 공급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입주 시기가 설령 6개월가량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냉철하게 공급 계획을재수립해야 한다. 이유는 공급 부족을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도시계획 목표는 ‘쾌적한 주거 환경’ 제공이다. 누구를 위한 목표인지 주객이 전도되었다. 신도시 입주자를 제외한 대다수가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면 무엇이 먼저인가.
수도권 158만 호 중 두 번째로 많은 37만 호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물량이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개선한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공사비 인상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상당수의 건설 현장이 멈춰 있다. 시공사와 공사비 마찰 등으로 추가 부담금을 감내하기 어려운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사가 진행 중인 재건축부담금 면제 단지들마저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 공사비 이슈는 재개발도 같은 상황이다.
재개발은 서울시에서 지난 10여 년간 정비구역 자체가 절반으로 줄었다. 사업을 진행할 구역이 대폭 축소되어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표적인 지역인 한남뉴타운, 노량진뉴타운, 성수전략정비구역 등도 사업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공사비 등으로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지체되고 있다. 이곳의 입주도 2030년 정도로 기약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입주 물량 비중은 약 80%다. 그렇게 보면 공급 부족 해소 또한 단기간 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기타 민간아파트 23만 호의 현실은 더욱 위태롭다. 이 분야는 주로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데 시행사나 건설사가 개별 사업을 통해 공급한다. 문제는 부동산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경색으로 대부분이 손을 놓고 있다.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2년째 주춤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의 예고로 2024년까지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 공사비 인상과 맞물리며 사업 추진이 심각한 지경이다. 역으로 자금력이 충분한 사업자라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향후 극심한 공급 부족이 예고된 상태기 때문이다.기타 민간 비아파트 36만 호 공급계획 또한 순조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다세대, 연립, 단독주택 등인데, 높아진 토지 가격과 공사비 상승, 전세 사기 등으로 관심이 저조한 상태라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주거 수단인 만큼 안타까움이 더 크다. 주택 공급 계획은 방안 수립도 의미가 있지만,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하고 추진 동력을 불어 넣는 게 더 중요하다. 자칫하면 구호로 그치게 되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면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수요는 인구 집중과 가구 수 증가로 지속적인 대응 공급이 필요하다. 중소형 위주의 일정한 공급 물량 확대는 시장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다. 현재 수도권 주택 보급률은 100% 이하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23년 주택 착공, 10년간 평균 물량의 40% 수준
정부는 매월 말일 주택 통계를 인허가, 착공, 분양(승인), 준공(입주)로 나눠 발표한다. 언제 인허가를 받았든지 착공이 더 중요한 만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아파트 공사 기간은 착공부터 준공까지 소규모 30개월, 중간 규모 36개월, 대단지는 40개월가량 소요되기에, 향후 3년 후 입주 물량을 가늠할 수 있다. 2023년 12월 자료를 살펴보면 향후 입주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전국의 주택 착공은 2023년 1년간 20만 9351호에 그쳤다. 전체 주택을 포함한 수치로 10년간의 평균 착공 물량 대비 40% 수준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10만5286호로 역시 61.0% 줄었고, 지방은 10만4065호로 59.9% 감소했다. 2023년 착공 건수는 근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주택 유형(전체 주택의 약 64%, 2022년 기준)인 아파트를 살펴보면 명확하다. 2023년 1년간 아파트는 17만114호가 착공했는데, 지난 10년 대비 55.8% 감소했다. 수도권은 8만8687호로 53.0%, 서울은 1만5520호로 62.3% 각각 줄었다. 아파트 공사 기간을 평균 3년으로 보면 2026년에는 지난 10년간 입주 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아파트가 전체 주택 착공 물량의 81.2%를 차지하기에 더욱 심각하다. 비(非)아파트는 3만9237호로 역시 72.9% 감소했다. 수치로 보면 아파트보다 감소 폭이 더 크다.
주택 공급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길은 그나마 입주 시점이 빠른 3기 신도시 물량을 대폭확대하는 방법뿐이다.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확대하는 물량 중 15만 호 정도는 청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배정하면 출산 대책의 방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주택 공급 분야별 로드맵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달리 간다면 과감하게 수정하는 등 촉진책이 절실하다.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 후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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