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분상제 전세는 3년?…"특약으로 명시하세요"
국회 본회의 등 거쳐 다음달 중순 이후 시행 전망
전세 계약 2년인데, 3년 유예로 인한 혼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새 아파트에 바로 실거주하기 어려운 집 주인은 전세를 들여, 3년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무리한 잔금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동시에 해당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려는 세입자는 주거 안정 측면에서 계약 전 2년만 살 수 있는지, 그 이상도 가능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지난 21일 국토법안소위원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당장 다음 달부터 달라질 입주 풍경이다.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3년간 유예
이번 개정안 통과는 정부가 지난해 1월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을 발표한 지 약 1년 1개월 만에 이뤄졌다. 개정안은 이번 주 내 국토위 전체회의를 거쳐 29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중순 정도면 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봤다.
실거주 의무는 '갭 투기'를 막기 위해 2021년 2월 도입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과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청약 당첨자는 입주 시점부터 2~5년간 직접 거주토록 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분양 시장이 냉각되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발표했다. 다만 다시 갭(Gap)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에 개정안은 국회에 1년 넘게 표류했다. 이후 총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21일 타협점을 찾았다.
전셋값 안정 기여 전망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여당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고려해 실거주 의무를 '4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그러나 야당은 규제 본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이사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해 3년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야당의 안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향후 집주인은 입주 전, 세입자를 한 차례 들일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1월 말 기준 77개, 총 4만9766가구 정도다. 이 중 11개 단지, 6544가구가 현재 입주를 시작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1만2032가구)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15일 자로 전매 제한이 풀렸으나, 실거주 의무 규제로 인해 임대차 거래가 막혀 있었다.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의무 폐지 불확실성 속에 입주 시기까지 2개월가량 앞당겨지면서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실거주) 3년 유예가 결정되면서 전·월세 매물로 내놓겠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시세가 얼마에 형성될지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전셋값은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수적 관점에서 7억~8억원 수준이 점쳐진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9주 연속 오른 가운데 가격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계약 연장이 어려운 전세 물량인 만큼 호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 실제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강동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전셋값이 하락 전환해 2주 연속 내림세다.
통상 전세 계약 기간은 2년인데…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 3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양한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주 3년 유예로 임차인은 갱신 계약이 어려울 수 있고, 묵시적 갱신 이슈 등을 고려했을 때 임차인과 임대인이 미리 '특약'을 만들어 계약하지 않으면 퇴거 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거주를 위해 들어가려는 집주인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특약"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전세 계약 시 거주 가능 기간을 2년 또는 3년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집주인에게 인사 발령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아파트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해결했는데 세입자가 빠질 경우 이 자금을 대출받지 못하는 상황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고, 경제 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역전세난 우려 속에 지난해 7월부터 전세금 반환 용도 대출만 DSR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고 있지만 한시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결과지만 미봉책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자금이 부족해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렀다 해도 3년 동안 그만큼의 돈을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정부 정책 방향대로 실거주 의무는 폐지하거나 해당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충족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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