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poll]②"美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 낮다"
18명은 "美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 낮아"
원·달러 환율, 내년 12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어
대다수의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최근 불거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 고용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의 실물 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단 평가가 나온다. 또 제조업과 고용 지표 부진이 대량 해고의 신호라 보기 어렵고, 허리케인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진 일시적인 결과란 해석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수요도 위축될 수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순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19일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은행·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와 증권사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미응답 1명)인 18명이 미국의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이들은 여전히 미국의 실물 지표가 견조하고 신용시장이 안정됐단 점을 이유로 꼽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도 여전히 소비가 견조하고, 고용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화 여력이 남아 있고, 견조한 기업이익으로 대량해고 압력이 축소되고 있는 점, 건실한 은행권의 건전성과 유동성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발표된 실업률 지표가 경기침체 신호를 보여주는 건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업률 지표가 높아진 건 해고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경제활동 참여자 수가 증가한 만큼 고용시장에 흡수가 안 됐기 때문"이라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이르다"고 설명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졌던 실업률 지표는 허리케인 등 계절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작용한 결과다"라며 "9월 고용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러한 점이 최근 실업수당 청구 건수 지표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경기 침체 신호는 없더라도, 향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업률은 한번 상승하기 시작하면 계속 추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감안하면 실업률 상승은 상당히 주요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침체 증거는 없지만 향후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국내 수출 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국내는 내수 부진 속에 수출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며 "기준금리를 중립금리보다 150bp(1bp=0.01%포인트) 이상 낮춰 1%대 초반까지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2.4~2.5%, 물가 2.6% 전망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2.5%로 응답한 이들이 많았다. 문항에 응답한 14명의 전문가 중 6명이 2.5%를 예상했다. 나머지 4명은 2.4%, 2명은 2.3%, 또 다른 2명은 2.7%를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4%포인트 상향조정했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가 가장 많았다. 문항에 응답한 14명의 전문가 중 6명이 2.6%를 예상했고 나머지 4명은 2.5%, 32명은 2.4%, 1명은 2.7%를 전망했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지난 2월 전망과 같았다.
원·달러 환율, 올해 연말까지 1300원대 초중반 예상원·달러 환율은 올해 연말까지 1300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문항에 응답한 9명 전원이 올해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내년 원·달러 환율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항에 응답한 전문가 7명 중 5명은 내년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갈 거라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올해와 비슷하게 1300원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엔 환율은 문항에 응답한 전문가 4명 모두 올해 연말까지 100엔당 900~950원대에 머물 것이라 답했다. 내년 연말 엔·달러 환율은 일부 전문가가 62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 답했지만, 대다수는 900원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엔·달러 환율은 문항에 응답한 6명 모두 올해 연말까지 135~145엔대에 머물 것이라 답했다. 내년 연말까진 125~140엔대에 머물 것이라 예상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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