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소형주택 사면 절세? 그때그때 다르다
지난 1·10 부동산 대책에서 향후 2년간 신축 소형주택을 살 때 세제 산정에서 주택 수를 제외하는 정책은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곧바로 정책이 집행돼 실수요자의 관심이 많다. 정부는 총선 뒤인 오는 5월 지방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주택 수별로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부세 감면 효과가 각기 다른 만큼 세심히 따져본 뒤 주택 구매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향후 2년간(2024년 1월~2025년 12월)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의 신축 다가구주택(빌라),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매할 경우 취득세·양도세·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한마디로 아파트를 뺀 소형주택 구매를 유도해,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비(非)아파트 시장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16일 세무 업계 등에선 1주택자의 경우 소형주택 추가 구매 시, 1가구 1주택 양도세·종부세 비과세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득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1주택자에 별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경우 정책 효과를 크게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본지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종부세 부담을 분석해 보니 서울 마포구에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1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송파구 소형 빌라를 추가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에는 내지 않았던 종부세를 올해는 99만원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현행 1가구 1주택 특례에 따라 1주택자 종부세는 공시가격 12억원까지 기본공제 후 과세하고 있다”며 “그런데 소형주택 구매 땐 특례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기본공제액이 9억원으로 줄면서 안 내도 됐던 종부세가 나오거나 되레 느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추후 양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양도가액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특례가 사라지면 고가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예컨대 양도가액이 15억원일 경우 현재는 12억원을 공제한 3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지만, 비과세 특례가 사라지면 15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매긴다.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양도세만 수억 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우 부지점장은 “양도세·종부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소형주택을 추가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많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세무법인 다솔의 안수남 대표 세무사도 “양도세·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못 보는데, 약간의 임대 소득을 위해 1주택자에게 소형주택 구매를 무리하게 권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소형주택 추가 구매에 따른 종부세 절세 효과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가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됐다. 강남구에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자가 송파구 신축 빌라를 추가 구매할 경우, 종부세는 현행 제도에선 약 2690만원을 내야 하지만 주택 수 제외 땐 1980만원으로 약 710만원 줄어든다. 현행 제도에선 ‘3주택자가 되면서, 과세표준 12억 초과 시’ 종부세율(2.0~5.0%) 중과 부담이 가장 커진다. 그런데 주택 수 제외로 2주택자가 되면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아 종부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취득세도 3주택 이상 다주택자보다 1·2주택자의 세제 감면 혜택이 크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1·2주택자가 소형주택 매입에 관심을 갖겠지만 1주택자는 비과세 특례 혜택이 사라지니 실질적으로 시장에 파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는 1·2주택자에 세제 혜택이 집중된다며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까지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우선 여유 있는 1·2주택자를 통해 침체한 소형주택 시장에 온기가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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