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전 대통령 법정행…친인척 관리 그렇게 어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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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6·3 대선 후보들도 측근 관리 방안 미리 밝혀야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씨가 항공사 임원으로 특혜 채용돼 고액 연봉을 받은 것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던 서씨는 2018년 8월 이스타항공의 태국 법인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로 채용돼 2억원이 넘는 급여와 생활비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전 의원도 뇌물공여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여섯 번째로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법정에서 유·무죄를 따지기에 앞서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은 벌써 6년 전인 2019년에 처음 불거졌던 사안이다. 당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상직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을 거론하며 서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단체가 2021년 12월 이 사건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낸 지도 3년4개월이 지났다. 검찰 수사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 사건에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건 없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뇌물이나 인사청탁 등 각종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가족주의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친인척에게 유혹의 손길이 뻗치기 쉬운 환경이다. 그 결과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친인척·측근 비리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리를 감시할 목적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선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아 9년째 공석 상태다. 6월 대선을 앞둔 주요 정당 후보들은 당선 이후 친인척·측근 관리 방안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측도 ‘정치보복’ ‘억지 기소’라며 반발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권력을 남용해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면 용서받지 못할 중죄”라는 논평을 냈다. 정치권은 정쟁으로 맞설 게 아니라 차분하게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법원은 불필요한 논란이 없도록 오직 증거와 법리로 공정한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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