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달라" 대조동 재개발도 올스톱…건설업 또다른 뇌관
지난 1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대조1구역이 공사비를 납부하지 못해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18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부터 1년2개월가량 진행한 공사를 멈췄다. 조합 내분으로 지난해 상반기 예정된 일반분양이 무산되면서 조합이 시공사에 공사비를 주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도 공사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총회에 평(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35% 인상하는 안건을 올렸지만, 조합원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앞서 시공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은 2021년 공사비를 평당 66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차례 합의했는데, 이번에 시공단이 추가 증액을 요청한 것이다.
이처럼 분쟁이 잇따르는 건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더해진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2.54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63)보다 3.3% 올랐으며, 3년 전인 2020년 11월(120.59)과 비교하면 32.0% 상승했다.
특히 정비사업 공사비는 최근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대우건설)를 선정한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경우 평당 공사비가 1070만원에 이른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지에서 4~5년 전 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3.3㎡당 공사비가 400만~500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700만~800만원대가 일반적이다.
공사원가 상승으로 시공사는 공사비 재조정을 요구하지만 이에 부담을 느끼는 조합(시행사)이 난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공사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사비 분쟁은 건설사의 유동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협상을 통해 공사비 증액이 결정돼도 실제 현장에서는 대금 지급의 우선순위가 PF 대출, 필수사업비, 기존공사비 다음 추가공사비이기 때문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건설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중단 등이 겹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공사비의 적정 여부를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공사비 검증 요청 사례는 30건으로 집계됐다. 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에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검증 과정을 거쳐도 실제 합의로 이어지는 데는 난관이 많다.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 지연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장에 공사비 분쟁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도 SH공사를 통해 올해 상반기부터 공사비 검증 업무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민사 중재 기구 등을 활용해서라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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