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좁다"… 3기 신도시 탐내는 SH공사

김노향 기자 2023. 11. 25. 0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H·GH 비켜라"… 도발하는 SH(1)] 반값 아파트 논란부터 해결해야… 비난 쇄도

[편집자주]취임 3년 차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사업 참여를 선언하며 공공기관 질서에 균열이 발생했다. 3기 신도시는 경기 남양주 왕숙1(5만2000가구)·왕숙2(1만4000가구) 고양 창릉(3만6000가구) 부천 대장(1만9000가구) 하남 교산(3만3000가구) 인천 계양(1만7000가구) 등 6곳으로 총 17만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0%가량의 지분을 보유했고 지구에 따라 GH경기주택도시공사·iH인천도시공사·남양주도시공사·고양도시관리공사·부천도시공사 등과 경기도가 시행자로 참여한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신도시 개발사업의 시행자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다.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이 관련 규정을 정한다. 신도시 사업은 초기 수조원의 비용을 빚내 15~20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수익성이 민간 대비 낮고 적자 리스크(위험)가 크다. 김헌동 사장은 "공기업도 경쟁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수익 한계에 직면한 지방도시공사들의 영역 다툼이 될 전망이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공공기관의 경쟁체제를 구축해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건설한다는 명분에서 관외 사업 참여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서울은 좁다"… 3기 신도시 탐내는 SH공사
(2) 뺏으려는 'SH' vs 지키려는 'LH'… 공기업 '사업권 전쟁'
(3) SH, 3기 신도시 개발이익 경기도에 투자할까?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수도권 3기 신도시와 골드시티 등 관외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공기관의 경쟁체제를 구축해 품질 높은 공공주택을 건설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실제론 서울 시내에 공공 영역에서 펼칠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구역을 넓혀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는 이유도 지목된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11월15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에 '골드빌리지', 수도권 전체에 '골드타운', 지방에 '골드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골드시티 사업은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장년과 은퇴자 등을 위해 주거·일자리·여가 활동이 가능한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을 짓고 기존 주택은 청년·신혼부부 등에 재공급하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경기 일대에서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도 밝혔다. 3기 신도시의 현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경계하고 있다. SH공사가 사업 영역 확대보다 현재 논란이 되는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실효성 문제 등을 해결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H공사 부실화 리스크 제기


김헌동 사장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광명 시흥 등과 서울에 인접한 과천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의 대규모 택지지구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성 있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앙 공공기관과 협조하려는 것"이라고 사업 타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지구에서 LH와 GH의 참여 지분율이 정해져 있고 LH 지분율은 70∼80%가량이다.

연간 총 사업비는 LH 30조원, SH 2조원 등으로 15배 차이가 난다. SH가 사업 참여를 희망한 광명·시흥의 경우 7만가구 공급이 계획돼 토지 보상비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SH 자산이 50조원이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20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H의 부채비율은 185% 수준인데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할 경우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LH의 부채비율은 218%다.

광명·시흥 토지보상의 지연으로 3기 신도시 사업에 불신이 커진 데 대해 LH 관계자는 "일각에서 재정난이 보상 지연의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보상 절차는 지장물 조사 등에 1년 반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설령 예산 부족의 문제가 있더라도 당장 보상 기간이 도래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2021년 취임 초부터 LH에 분양원가 공개 요구 등 여러 도발하는 발언을 해온 것에 대해 LH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서로 비판하는 구도가 외부에서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사진=뉴스1


3기 신도시에 '반값 아파트' 건설 논란


일각에선 SH공사가 서울 주택 공급이란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헌동 사장의 핵심 정책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하 '토지임대부주택')은 무주택 서민·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목적으로 설계된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됐지만 높은 토지임대료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실제 토지임대부주택 사례에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고 사전예약 단계에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청약률이 부풀려졌다는 논란도 있다. 올 6월과 10월에 SH공사가 사전예약을 실시한 고덕강일3단지와 마곡지구 10-2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은 각각 18대1, 69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1월15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 출석한 김 사장이 반값 아파트 논란에 대해 "일종의 임대주택"이라고 표현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김 사장은 그동안 임대주택이란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빈곤층의 거주공간을 상징하는 부정적 어감을 가져 공공주택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무엇보다 무주택자가 시세보다 싼 값에 내 집 마련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 토지임대부주택의 장점이라고 홍보해온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토지임대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주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인데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토지임대부주택 방식만 구성하는 것은 아니어서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며 "LH의 뉴:홈도 여러 분양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의 맹점으로 지적되는 토지 임대료에 대해 김 사장은 "그래도 같은 입지에 전·월세로 거주하는 비용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의 토지 임대료는 마곡 10-2의 경우 월 약 70만원으로 향후 금액이 확정되는 본청약 시기에 더 오를 수 있는 구조다. 한 부동산 학계 관계자는 "토지 임대료에 대한 설명보다 반값 아파트만이 부각되고 있어 향후 여러 분쟁이 우려된다"면서 "민간 기업이 이 같은 분양 홍보를 할 경우 분양 사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아파트 신규 분양에선 무주택자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다. 공공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주택은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와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SH공사가 서민 주거안정을 외면하고 있다며 최근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