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부과 고민하는 금융위… "이자이익, 사회 환원" vs "손실흡수능력 약화"

박슬기 기자 2023. 11. 1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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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금리가 이어지며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통한 초과이익 환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면 위기 시 손실흡수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과 금융권에 횡재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횡재세 부과와 관련된 야권의 주요 발의 법안을 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20%를 넘는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도록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초과이득세를 신설하고 초과이득 계산법에 따라 나온 과세표준에 50%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과세표준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모든 대기업을 대상으로 직전 3개 연도 평균이익의 2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0%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횡재세란 기업이나 은행권이 우연적 요인으로 수익을 많이 냈을 경우 정부가 과다 수익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이익을 올린 은행권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올 1~3분기 36조5987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전년 동기 보다 1.1%(544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8052억원) 대비 7.4% 늘었다.

이에 은행들이 고금리 기조에 과도한 이자이익을 얻은 만큼 횡재세를 부과해 사회공헌기금 등으로 환원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횡재세를 법제화함으로써 확보한 재원을 부족한 재정에 투입할 수 있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럽 국가들이 이미 횡재세를 도입했고 미국 또한 관련 법안이 다양하게 발의돼 있는 만큼 한국형 횡재세 도입도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 대상으로 횡재세를 이미 도입한 나라들이 스페인, 체코, 리투아니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이다

반면 횡재세를 내면 은행이 부실채권에서 발생한 손실을 흡수하는 능력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법인세를 내는 은행에 추가로 횡재세까지 생겨나면 이중과세로 인한 위헌 소지도 있다. 이에 더해 은행의 효율적인 경영을 막아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이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횡재세를 추과 부과하면 투자 의욕이 꺾일 수도 있다"며 "서민금융상품의 출연금 등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횡재세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횡재세를 논의하고 있느냐'는 민병덕(더불어민주당·경기 안양시동안구갑) 의원 질의에 "횡재세 문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연초 은행 산업의 공공성, 경쟁촉진 필요성을 생각해서 여러 대안을 마련해 발표했는데 지금도 은행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횡재세 같은 세금보다 햇살론 등 정부 서민금융 상품에 은행의 출연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윤창현(국민의힘·비례대표) 의원 질의에 김 위원장은 "좋은 방향인 것 같다"며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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