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게 금융권?…또 시작된 은행들의 선거철 생존기

정윤성 기자 2025. 4.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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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열차 탄 ‘가산금리 인하’…“장기적으로 상생 효과 저해”
정권마다 은행 향한 상생 압박 거세지만…실제 효과는 불투명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챗 GPT 생성 이미지 ⓒ챗GPT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다시 시작될 분위기다.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게 되는 '은행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탄 가운데, 일부 후보들의 대선 공약으로 횡재세나 상생기금 등의 제도도 재논의되면서다.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 윤석열 정부의 '이자장사', '종 노릇' 발언으로 촉발된 은행권 압박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은행들의 성장에 비해 사회 환원이 인색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를 손보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포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 가산금리에 신용 위험을 비롯해 각종 운영 비용, 법적 비용 등을 반영한다. 이 비용이 줄어들면 가산금리도 줄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은행권 이자수익은 크게 증가한 반면, 은행의 비용 부담은 대출 차주에게 전가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여야 입장차가 큰 만큼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법안 심사에는 최장 330일이 소요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은행연합회와 사실상 합의를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은행권의 우려는 여전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산정에 출연료가 제외되면 말 그대로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은행이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며 "은행의 사회 공헌은 수익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악화하는 정책이 늘어날수록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사회 공헌 효과를 저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횡재세' 등 다른 상생금융 제도도 등장할 가능이 제기되고 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기업에게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023년 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은행을 콕 집어 도입을 언급하며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해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사 초과이익의 40%까지 부담금을 징수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무위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 밖에 누구나 최대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본대출' 등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언급했던 공약들도 재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선 결국 은행들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은행들 얼마나 '맞았나' 들여다 보니

하지만 은행권 안팎에서의 우려에 비해 그간 정부의 압박이 실제 은행 부담을 가중시켰는지는 불투명하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와 정치권이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여 온 것에 비해 실제 은행에 막대한 재원을 요구하는 입법이나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금융권의 '이익공유제'가 법제화 됐다. 이익공유제는 문재인 정부 당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기업이 번 돈 일부를 협력업체나 노동자들에게 배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당시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만 내던 서민금융 출연금을 은행과 보험, 여전사 등 전체 금융사로 확대해 연 2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권을 향한 과도한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은행은 가계 대출 잔액의 최대 0.03%를 출연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시 기준 은행권 자기 자본의 0.05% 수준으로 영향은 미미했다. 올해부터 출연요율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가계대출 잔액의 0.06%를 출연하고 있지만, 그간 은행의 외형이 덩달아 커진 만큼 이 또한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이자장사', '갑질' 등의 표현을 쓰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자 은행권은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을 포함한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도 지원 방안이 마련됐지만, 규모는 연 2조원에서 연 7000억원(3년간 2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정권마다 펼쳐지는 거센 상생 요구에 비해 실제 효과는 적다는 지적도 등장하는 배경이다.

한편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885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3.8%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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