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1350> 양산 천성산~화엄벌

이창우 산행대장 2023. 10.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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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은빛 억새, 어서 오라 손짓하네


- 원효암 주차장 회귀 7.5㎞ 코스
- 해발 750m 출발 초보자에 추천
- ‘일출 일번지’ 원효봉 조망 압권
- 금정산·영축산·고헌산 등 펼쳐져
- 화엄벌, 축구장 17배 고산습지
- 지뢰유실지역 통과 땐 조심해야

이맘때면 영남알프스의 간월재 신불재 천황재와 재약산(1119.1m) 사자평의 고산 습지인 ‘산들늪’의 억새를 보려고 관광객과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영남알프스의 모든 억새 군락지는 1000m 가까운 높이에다 2시간 이상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올라야만 볼 수 있어 일반인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누구나 억새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하고 찾았는데 천성산(千聖山) 1봉(원효봉·920.2m)과 화엄벌이 번쩍 눈에 띄었다.

▮해발 750m, 원효암 주차장 출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당나라 승려 1000여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이 되게 한 데서 유래한다. 천성산 1봉을 내려선 등산객이 은빛 억새가 춤을 추는 화엄벌 억새밭을 걷고 있다.


천성산 1봉과 화엄벌을 오르는 산길도 예전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1봉 정상의 공군부대가 철수하고 옛 작전도로였던 8㎞ 길은 개방되어 자동차가 올라가게 되었다. 이제 해발 약 750m 높이에 있는 원효암 주차장에서 천성산 주봉은 걸어서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화엄벌(늪) 면적은 12만4000㎡(약 3만7500평)다. 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 승려 1000여 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해 모두 성인이 된 데서 유래하며, 원래 원적산으로 불리던 이 산도 천성산으로 바뀌었다. 화엄벌은 고산 습지로 자연환경 변천을 알 수 있는 이탄층이 형성되어 있다. 앵초 물매화 잠자리난 흰제비난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삵 담비 도룡뇽 산골조개 등 다양한 습지동·식물이 서식한다. 봄은 철쭉으로 널리 알려졌고, 가을에는 억새가 유명하다.

원효암은 646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관음바위 거북바위 천광약사여래바위가 좌우로 절을 감싸고 대웅전 뒤로 장대를 세운 듯 치솟은 바위는 호법바위라 하며, 원효암을 수호하는 신장 바위라 한다. 대사가 원효암을 떠나면서 호법신장바위를 가리키며, 제자에게 “저 바위가 떨어지면 내가 열반한 것으로 알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대웅전에 모신 석조약사여래좌상(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30호)과 법당 오른쪽 암벽에 새긴 마애아미타삼존불입상(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31호)이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효암.


산행한 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홍룡사 경내의 홍룡폭포를 찾아보자. 최근에 내린 잦은 비로 20m 높이에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천성산~화엄벌 산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원효암 주차장~원효암 철문 갈림길~아스팔트 임도~천성산 2봉·천성산 1봉 갈림길~천성산 2봉(은수고개)·천성산 1봉(홍룡사) 갈림길~콘크리트 사각기둥~천성산 2봉(은수고개)·천성산 1봉(홍룡사) 갈림길~옛 군부대 입구(천성산 1봉·원효암)갈림길~천황산 1봉(원효봉) 정상~홍룡사·원효암 갈림길~화엄벌~홍룡사·용주사 갈림길~돌탑봉(786m)~홍룡사·용주사 갈림길~홍룡사·원효암 갈림길~원효암·홍룡사 갈림길~원효암을 지나 원효암 주차장에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이다.

산행 거리는 7.5㎞ 정도며, 3시간 안팎 걸린다. 빼어난 조망에 억새능선이 펼쳐져 추정 산행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원효암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주차장에서 약 170m 높이만 더 올라가면 천성산 1봉에 올라서고 편안하게 억새산행을 즐길 수 있다. 원효암 방향으로 1, 2분 올라간다. 노란 제설함과 녹색 철문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린다. 직진은 원효암과 화엄벌로 가며, 취재팀의 하산길이다. 산길도 잠시, 곧 아스팔트 임도(옛 작전도로)가 나오면 직진한다. 8분 정도면 양산 누리길 종합 안내도(천성산)와 이정표가 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억새 산행, 천성산 화엄벌

홍룡사 경내의 20m 높이에서 물기둥이 떨어지는 홍룡폭포.


여기서 취재팀은 낙동정맥 능선에 펼쳐지는 억새군락을 만나러 오른쪽 천성산 2봉(3.6㎞)·은수고개 쪽으로 나무다리를 건넜다. 정상으로 곧장 가려면 천성산 1봉(0.7㎞)·화엄늪(1.8㎞) 방향 왼쪽 임도로 가면 된다. 2020년 3월부터 22년 12월 말까지 지뢰 제거 작업을 한다고 천성산 1봉 출입을 전면 통제했는데 유실된 지뢰가 아직 있어 과거 지뢰매설 지역 안내문도 그대로 있고 철조망도 걷어지지 않고 있다. 등산객은 안전을 위해 지정된 등산로를 따라 산행해야 한다.

산비탈를 따라 완만한 길이 이어지고 15분이면 약 895m 높이인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천성산 1봉은 왼쪽이지만, 오른쪽 은수고개·천성산 2봉 방향으로 잠시 능선을 탄다. 천성산은 해돋이 명소로 장쾌한 조망이 열리는 데다 은수고개 직전까지 억새 능선이다.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억새밭인데, 바람 통로다 보니 억새의 키는 어른 무릎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교산 취재팀은 정면에 정족산과 천성산 2봉이, 발아래 은수고개가 보이는 콘크리트 사각기둥에서 직전 갈림길로 되돌아가 천성산 1봉(0.8㎞)으로 향한다.

연두색 철망 울타리 사이로 산길이 나 있다. 오른쪽에 함지박을 엎어놓은 듯한 천성산 주봉이 보이고 산길은 생태 복원 중인 군부대 터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능선을 탄다. 전망이 열리는 덱 계단은 옛 군부대 출입문으로 내려서고 천성산 1봉과 화엄벌은 직진해 덱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왼쪽은 원효암 방향인데, 양산 누리길 종합 안내도 갈림길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말갈기를 휘날리는 듯 하얀 억새가 춤을 춘다. 산길은 말 잔등 같은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10분 남짓이면 편평한 천성산 1봉(원효봉)에 도착한다.

쌓다 만 평화의 돌탑과 우람한 덩치의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본다는, 그야말로 ‘일출 일번지’답게 조망이 압권이다. 정상석을 보고 오른쪽으로 정족산 치술령 문수산 남암산 천성산 2봉 대운산 달음산 철마산 장산 수영만 황령산 봉래산 엄광산 승학산 금정산 오봉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등 부산 양산 울산의 산 조망이 동서남북으로 열린다. 화엄벌 방향은 정상석 왼쪽이다. 군부대 흔적이 남은 ‘필승’ 표석을 지나면 왼쪽으로 화엄벌이 발아래 펼쳐진다.

철조망과 펜스가 쳐진 길을 가파르게 내려간다. 10분이면 화엄늪 습지 보호 지역 안내판이 나오고 왼쪽으로 틀면 억새가 지천으로 폈다. 화엄벌에서 가장 넓은 억새밭이다.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유혹을 뿌리치면 중요한 삼거리인데, 기둥의 허리가 꺾여 억새보다 키가 작은 앉은뱅이 이정표가 섰다.

원효암은 왼쪽이지만, 오른쪽 홍룡사 용주사 방향으로 목책 울타리를 따라 화엄벌 억새길을 더 걷는다. 축구장 17.5배 넓이인 광활한 습지다. 홍룡사 갈림길을 지나 돌탑봉에서 조망을 즐기고, 앉은뱅이 이정표 갈림길로 되돌아가 원효암(1.3㎞)으로 향한다.

억새밭을 30여m 올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참나무와 활엽수가 빼곡한 숲에 들어선다. 천성산 산허리를 오르고 내리는 길로 초록 이끼가 뒤덮인 너덜을 거쳐 산죽을 헤쳐 나간다. 30분이면 이정표 갈림길과 만나 왼쪽 원효암(0.3㎞)으로 꺾는다. 오른쪽은 홍룡사로 내려가는 길. 완만한 길은 덱 계단을 올라 7분이면 원효암에 도착한다. 원효암 주차장은 너른 길을 따라가면 지척이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자차 권장
- 도로 폭 좁아 정체 가능성

산행 들머리가 해발 약 750m 원효암 주차장(사진)이다 보니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어 승용차가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남 양산시 평산동 산 171-5 ‘원효암 주차장’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간 뒤 절 입구 주차장에 차를 둔다.

한때는 군부대로 올랐던 작전도로였다 보니 포장은 원효암 주차장(8㎞)까지 되어 있다. 대신 도로 폭이 좁은 데다 억새를 보려는 등산객의 차량이 몰리면 혼잡하므로 되도록 일찍 출발한다.

대중교통은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을 나와 명륜역버스정류장에서 통도사신평터미널로 가는 양산 12번 버스를 탄다.

첫차는 오전 5시20분에 있고 대성마을정류장에서 내린다. 버스는 12~15분 간격으로 다닌다. 대성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차가 왔던 방향에 삼거리가 보인다. 왼쪽 홍룡사로 간다. 경부고속도로에 놓인 덕운육교를 건너면 홍룡사와 원효암 찻길 갈림길이다. 홍룡사는 왼쪽으로 간다. 원효암은 홍룡사주차장에서도 올라가며, 홍룡사 일주문을 통과해 가홍정 오른쪽으로 올라가도 된다.

도보로 대성마을정류장에서 홍룡사는 1시간, 가홍정에서 원효암까지 1시간이 걸린다. 산행 뒤 통도사신평터미널에서 부산 명륜역정류장행 막차는 밤 9시40분에 출발해 대성마을정류장을 지나간다.

문의=문화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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