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가해자 신상털이 SNS 논란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한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
지난 10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소개를 내건 계정이 등장했다. 대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했다고 알려진 학부모의 ‘신상털이’에 한 개인이 나선 것이다. 이 계정 운영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싶다”며 학부모의 사진과 연락처·주소·직업·사업장 등을 폭로했다. 이 계정은 하루 만에 2만9000명 팔로어를 돌파했다. 일부 시민은 해당 학부모들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식당과 미용실을 찾아가 계란과 케첩, 쓰레기 등을 투척했다. 온라인 별점 테러도 이어졌다. 가게 출입문에는 “살인자” 등이 적힌 포스트잇 수백 개가 붙었다.
수사·사법 기관을 대신해 사적 제재를 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7월 자기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중학생 2명을 불러내 뺨 250대를 때린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유튜버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6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고, 지난달 5일에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상도 공개했다.
사적 제재에 일부 시민이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지부진한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공적 역할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사적 제재가 불러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 가족으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2015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원생 폭행 사건 때는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2차 피해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에서는 영웅 심리가 발동돼 실제보다 과장되게 세상을 이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이란 해석도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상 공개를 통해 사적 제재를 표현하는 상당수는 선정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이 복수하면 잘못되거나 과도한 복수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복수를 빙자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며 “사회 시스템 유지를 위해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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