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아파트 바뀐다]④대장 없던 '개포'…주공1단지 대장 꿰찰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권 최고 30억원…대장 노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9단지는 1980년대 지어진 강남의 마지막 서민아파트였다. 한땐 우스갯소리로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도 불렸지만 이제는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불릴 정도다.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아너힐즈 등 개포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속속 추진, 새 아파트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만 이 지역의 신축 단지들은 입주 시기와 입지 여건 등이 비슷해 뚜렷한 대장 단지로 여겨지는 곳은 없다. 그나마 지하철 역과 가까운 디에이치아너힐즈의 매매가격이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6700가구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옛 개포주공1단지)가 입주하면 그간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에 없던 '대장 단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개포 '주공' 재건축으로 춘추전국시대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한 개포동. 저층 소형 평수로 구성된 개포주공 1~4단지가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개포동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개포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강남구 평균을 밑돌았지만 2018년 '강남불패'로 여겨지는 본격적인 상승장에 올라타며 역전에 성공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9월까지 개포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7397만원으로 강남구 평균(7093만원)을 웃돌고 있다.
개포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건 지난 2016년 3월 삼성물산이 시공한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가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감하면서다. 당시 래미안블레스티지 1순위 청약 317가구 모집에 총 1만660건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평균 3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래미안블레스티지 실거래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2019년 5월 20억4000만원에 최초로 거래됐다. 다음 해인 2020년 8월 최고 28억원, 2021년 최고 10월 32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래미안블레스티지에 이어 2019년 8월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1320가구), 2020년 9월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개포시영아파트·2296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개포동은 신흥 부촌으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다만 이 단지 중 뚜렷한 대장 아파트는 없었다. 모두 인근에 있는 데다가 입주 시기도 비슷해 매매가격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개포동 재건축 단지들은 가까이에 몰려있어 입지적으로 비슷하다"며 "신축 대규모 단지를 대장 단지로 볼 수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9월 1일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59㎡의 가장 최근 거래는 △래미안블레스티지 7월 22일 20억원(18층) △디에이치아너힐즈는 7월28일 20억5500만원(19층) △개포래미안포레스트 7월27일 18억2000만원(7층)으로 매매 가격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디에이치퍼스티어 입주후 개포 대장단지로?
지난 3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3375가구)가 입주하면서 이런 흐름이 달라질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2년여 만에 들어선 신축 브랜드 단지인 데다가 규모도 기존 단지들보다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만 올 상반기만 해도 시장 침체가 이어진데다 입주초부터 단지가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입주 효과를 상대적으로 보지 못했단 평가가 나온다.
올해 말에는 기존 단지들보다 규모가 확연히 큰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670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 단지가 워낙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개포동의 대장 단지로 여겨질 거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33평) 매물 평균가는 29억4040만원으로 벌써 평당 1억원에 육박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6월 28일 최대 30억198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에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다음으로 규모가 큰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KB부동산에서 집계한 매물 평균가는 30억원이다. 입주를 마친 2월 이후 전용 84㎡ 거래 건이 없어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최근 거래 가격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2월 4일과 6일 각각 25억5000만원, 25억원에 손바뀜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재건축하기 전에도 '대장단지'로 꼽혔다"면서 "개포동 단지들에 비해 가구 규모가 월등히 커 향후 대장단지로 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개포동 A 중개업소 대표도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경우 기존 개포동 신축 아파트의 입주장과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대단지에 고급화 전략으로 거래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이후로는 개포동 노후 단지의 추가 재건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축 아파트의 등장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개포주공 6·7단지는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5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상태다. 개포 경남·우성 3차·현대1차아파트는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개포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몇년 새 신축 단지들의 입주장이 이어졌지만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이후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아직 없다"면서 "인허가 등에 따라 시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대장 아파트 명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개포동의 경우 규모가 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바로 대장단지가 바뀌는 분위기"라면서도 "(속도가 빠른)신통기획으로 재건축한다고 해도 최소 5년은 걸리는데 대장단지가 바뀌는 데 시차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