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광안리 '삼익비치', 비싼 분담금에 분쟁 산 넘어 산

정영희 기자 2023. 6.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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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랜드마크' 꿈꾸는 삼익비치… 다 온 듯한 재건축, 20년째 추진 중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부산광역시 수영구 삼익비치아파트 전경. 동별로 각기 다른 파스텔 톤의 도색을 마친 외벽이 눈에 띈다. /사진=정영희 기자
부산 지하철 2호선 남천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5분여를 달리면 파스텔 톤으로 도색을 마친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띈다. 현시점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남천삼익비치타운이다. 33개동 3060가구 규모의 삼익비치는 1979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45년째를 맞았다. 분양 당시 부산에서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10층을 넘은 고급 아파트로 이름을 알렸다. 입주부터 이어진 유명세는 1990년대까지 이어져 동래 럭키아파트와 함께 부산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혔다.


재건축 추진 20년째… 여전히 겉도는 사업


과거의 명성도 세월은 이기지 못했다. 2018년 말 도색을 마쳤음에도 군데군데 금이 가고 칠이 벗겨졌다. 아예 콘크리트 한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동도 여럿 있었다. 연식은 상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103동을 마주보고 있는 삼익쇼핑A상가의 간판은 거의 다 떨어져 안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은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치 녹슨 것처럼 색마저 바랬다.

가구당 주차공간이 1.05대라곤 하지만 지하주차장도 없어 주차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1979년 입주 당시엔 넉넉했겠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주차 전쟁이다. 비탈진 아파트 뒤쪽으로도 빼곡하게 차를 대 위태로웠다.

삼익비치는 2004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며 재건축 대장정에 나섰으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이듬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부터 GS건설이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조합장이 사퇴하고 법원이 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이 일단락됐으나 이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 그 사이 인근 삼익아파트는 남천자이와 남천 코오롱 하늘채 골든비치로 재탄생하며 삼익비치 조합원들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이후 사업은 순탄히 진행됐다. 조합은 지난해 9월 지하 3층, 지상 25~60층 규모의 아파트 12개동과 테라스 하우스 5개동 등 총 3325가구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의 사업시행계획인가 통보를 받았다. 관리처분인가만 남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조합 내 잡음이 발생한 건 강남 주요 아파트보다 높은 재건축 분담금과 설계업체를 둘러싼 소송이 계기가 됐다.
재건축을 앞둔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아파트 상가 모습. 낡은 탓에 바래버린 간판 글씨와 상가 협의회가 벽에 걸어둔 재건축 관련 플랜카드가 눈에 띈다./사진=정영희 기자


84㎡ 수평 이동 조합원 분담금 '8.3억원'… 일반분양보다 비쌀 수도


다수의 조합원들은 분양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월3일까지 아파트를 팔지 재건축을 기다릴지 고민해야만 했다. 올 초 조합이 보낸 분양 신청 안내문에 따르면 84㎡(이하 전용면적·분양면적 37.99평) 기준 조합원 평균 분양가는 17억원선(3.3㎡당 4500만원)이다. 여기에는 8억3000여만원(3.3㎡당 2185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포함돼 있다. 같은 주택형의 일반 분양가는 18억6000만원(3.3㎡당 4900만원)으로 조합원보다 1억6000만원 가량 차이가 있다.
지난 5월 신고된 84㎡ 실거래가는 10억5000만~11억8800만원이다. 여기에 추가 분담금을 더할 경우 현 시점에서 조합원 물량을 매입해 같은 주택형을 분양받을 경우 19억~20억원 선이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올 초 조합이 공사비, 금융비용,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추산한 일반 분양가보다 오히려 1억~2억원 비싼 수준이다. 현재의 시세가 유지된다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을 감안할 때 일반 분양가격이 더 오를 공산이 크다.
부산 수영구 남천2구역(비치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무실 전경./사진=정영희 기자
이처럼 조합원 분담금이 높은 이유는 일반분양 물량이 극히 적어 사실상 '1대 1 재건축'에 가깝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분양 물량이 많을수록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줄어든다. 최근 전면 6개동 배치를 통한 조합원 물량 전체가 광안대교 뷰 확보 설계안이 대의원 회의를 통과하면서 분담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 사이에선 "3.3㎡당 분양가 4500만원이면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를 사고도 남는다", "분담금이 2억~3억원대로 줄어들기 전까지 재건축이 시작이나 될지 모르겠다" 등의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발표된 금액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대략적인 분담금일 뿐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종후자산평가가 마무리되고 분담금이 확정돼야 조합 차원에서 이를 줄일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7월 중 시공사인 GS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과 최종 협의를 해봐야 정확한 공사비가 나오겠지만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뛰고 물가상승률이 높은 시점에선 종전 예상액보다 좀 더 오를 순 있다"며 "오션뷰 아파트인 만큼 해풍에 대비하기 위해 보강 공사를 보다 철저히 해 일반 아파트보다 공사비가 추가로 더 붙을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 상가 조합원 분쟁까지… 잡음 또 잡음


잡음은 또 있다. 설계업체 선정과 계약 해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지난해 조합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회를 열어 종전 설계용역업체인 일신설계종합건축사무소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올 3월11일 재입찰을 통해 건원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계용역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건원 측이 직원 수를 허위로 기재한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닷새 만에 무효 통보했다. 조합은 같은 달 31일 대의원 회의를 진행, 차순위였던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를 설계용역업체로 대체했다.

일신과 건원은 각각 조합 측의 입찰절차 진행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 4월 이를 차례로 기각했다. 조합 관계자는 "가처분 기각으로 법적 분쟁은 일단락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건원·일신 측에서)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내부에선 조합장을 포함한 현 조합 임원들의 집단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합이 선정한 감정평가업체 3개사를 통해 진행한 종정자산평가 과정에서 바다 조망권이 가격형성요인에서 배제됐고 전유부분 평가가 누락된 일부 동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합이 뒤늦게 조망권 분석을 담당할 2개사를 추가로 선정했으나 이를 위한 총회를 열어 조합원 동의를 받지 않는 등 미숙한 설계업체 선정 절차로 착공까지 지연시켰다며 사퇴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상황이다.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아파트의 모습. 주차 공간이 모자라 언덕길 위에도 구획을 그려놨다. 뒤로는 광안리 바다가 보인다./사진=정영희 기자
조합원 A씨는 "1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조합을 통해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법인에 제출했으나 어떠한 응답도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합원들 사이에선 조합장을 바꾸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조합은 상가 소유주들과도 정산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상가협의회는 아파트와 별도로 상가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 기구가 상가의 개발이익과 관리처분계획안 등을 마련하는 독립정산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정산제 반영 시 아파트 중심의 조합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 분양가를 높게 잡아 기존 소유주들이 분양받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상가 소유주들은 독립정산제를 원하는 것이다. 상가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이 같은 사실을 소명해 독립정산제로의 변경을 꾀하려 했으나 조합과 협의가 안 되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주장한다. 조합 측에 이와 관련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현재로선 통합정산제로의 진행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독립정산제 약정은 조합과 상가 소유주 간 합의로만 체결할 수 있는 만큼 협의가 늦어지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의 평가액에 대한 이의신청의 경우 "감정평가법인이 이를 수용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고 조합원 개개인이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며 "이때 자신 몫의 감정평가액이 다른 조합원에 비해 형평성이 과도하게 무너졌다는 점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에 승소율은 낮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삼익비치 재건축 분담금 안내 서류./사진=독자 제공


"최고의 입지, 프리미엄 단지 될 것"


사업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삼익비치는 입지 측면에선 부산 최고로 평가된다. 광안리 해변인데다 그를 따라 발달한 상권이 바로 붙어있고 지하철역도 멀지 않고 학원가도 밀집해 있다.

재건축 이슈로 들썩였던 지난해 한때 84㎡ 기준 18억원대까지 치솟았던 매매가격은 분담금 공개 후 3분의 1 이상 빠졌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발 뺄 사람은 다 뺐다"며 "올 초 분담금 부담으로 매물이 쏟아지듯 나왔지만 현재 남은 조합원들은 고분양가를 받아들이고 재건축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표적인 1대 1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래미안 첼리투스(렉스아파트 재건축)도 2015년 준공 기준 분담금이 5억원대에 육박했다"며 "현재 물가를 반영하면 지금의 분담금이 결코 낮은 건 아니지만 비싼 것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임대 물량이 전무하고 1대 1 재건축의 특성이 반영되면 부산이 아닌 전국에서 손꼽히는 프리미엄 단지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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