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로 이사 막고, 공사 중단 선언까지...공사비 갈등에 입주자들 발동동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3. 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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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에서 시공사 관계자들이 컨테이너와 자동차로 단지 입구를 막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유신 기자]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사업자와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분담금이 늘어나고, 이사를 앞두고 입주가 막혀 손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은 공사비 증액을 사이에 두고 신월4구역재개발조합과 동양건설산업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약 100억원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가로막은 것이다.

신목동 파라곤은 지난 1일부터 입주자들을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시공사가 아파트 입구에 컨테이너와 자동차 등을 세워 두고 버텨 결국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했다. 기존 살던 집을 정리한 예비 입주자들은 언제까지 머무르게 될 지 모르면서도 임시 거처를 찾고 있고, 학생들은 에어비앤비숙소·호텔·친척집 등에서 통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현재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 써밋’의 조합원들도 시공사인 대우건설로부터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부터 대치동구마을1지구재건축조합에 공사비 미수금과 금융비를 포함해 670억원을 청구했으나, 조합이 협의에 성실히 응하지 않자 입주를 2개월 앞두고 강경책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동부건설은 서초구 방배동 ‘방배센트레빌프리제’(신성빌라재건축) 공사를 올해 들어 한 달 가까이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GS건설·현대건설은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재개발)의 공사비 인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반년 넘게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가 최근 합의에 이르렀다.

DL이앤씨는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아파트’에서 공사비 손질을 목표로 조합과 협의 중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공사비발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4월 고급화 설계 반영으로 공사비를 1560억원 늘려 달라고 했다. 한때 조합 사업비 인출도 차단했다.

전문가들은 갈등의 깊이만 다를 뿐 모든 현장이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물가 상승과 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조합원의 요구사항인 고급화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서울 평당 분양가 3000만원 넘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474만원으로 전년(2798만원) 대비 676만원(24.2%) 올랐다.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상승률도 지난 2018년(29.8%)과 2012년(25.4%)에 이어 역대급이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가 더해져 결정된다. 택지비 책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상승했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기본형 건축비 인상이 더해지면서 분양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양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이 분양가상한제 족쇄가 풀렸고, 기존 1년에 2번 산정하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이례적으로 3번에 걸쳐 올렸다. 당장 지난달에도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05% 올려 잡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건설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가 지난 1월 150.87로 전년 동월(141.91)보다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0년 1월(118.3)과 비교하면 3년새 27.5% 가까이 뛴 셈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체적으로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분양가가 떨어지기는 어려운 구도”라며 “현재 금리가 높은 만큼 내 집 마련에 있어 금융비용을 본인의 여건에 맞게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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