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 국가서 집 사는데 허가제... 정책으로 집값 잡은 적 있나? ”
집값 폭락 예측한 김경민 서울대교수 인터뷰-하
문재인 정부, 시장 몰라 정책에 무능
정권 따라 바뀌는 제도는 이제 그만
2026년이후 폭등대비, 토지비축해야
부동산은 리스크 큰 자산, 폭등도 폭락도 자기 책임
중위가격이하 주택은 안전자산, 고정금리 상품 제공해야 차학봉기자의>
작년 집값 폭락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김경민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성공한 적도 없는 집값 잡는 정책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침체로 주택공급 감소가 지속될 경우, 2026~2027년에 일부지역에서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면서 “집값 폭등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토지 비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그런데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능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집값 폭등은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과 저금리가 원인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잘 모르고 대출 규제, 세금 등으로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원인 자체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가 있을 수 없었다. "
-선진국에서는 주택가격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자본주의국가에서 돈을 벌면 거기에 걸맞게 세금을 내면 된다. 고가주택이든 중가주택이든,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서 집값을 잡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주택가격은 시장에서 알아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주택관련 제도와 정책을 거의 누더기 수준으로 만들었다. 주택 정책에 대한 어떤 원칙을 정하고 시장 상황이나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를 해야 한다. 토지거래 허가제만 해도 그렇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어떻게 개인의 토지와 집 사는 것을 허가하는가? 말도 되지 않은 정책이다.”
서울시는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등을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주택구입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 주택정책의 목표는?
" 정부의 정책 목적은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복지를 어떻게 하면 강화할 것인가여야 한다고 본다. 적정한 비용을 내고 장기간 임차를 하든지 내 집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세시장이 월세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월세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바우처같은 제도가 도입됐으면 한다. 소득에 비해 월세가 지나치게 높으면 정부가 일정 정도 보조해주는 제도이다. "
-주택투기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책은 없을까?
" 투기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부동산은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개인이 여유자금이 있고 주택을 사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면 사는 것이다. 집값은 상승도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폭락도 할 수 있다.
다만 다주택자들의 매입 임대 사업에 대해 세금 등의 특혜를 주는 것은 반대이다. 건설임대의 경우,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최대 실책이 다주택자를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로 만들어 각종혜택을 준 것이다. 임대주택사업이 갭 투자를 하는 수단이 됐다. 다주택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임대주택으로 등록해서 혜택까지 주는 것은 반대이다.”
-종부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종부세는 너무 복잡하다. 당연히 폐지해야 하고 대신 주택 보유세를 올리는 식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다주택자에는 징벌을 가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혜택을 줄 필요도 없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대출규제를 활용했다.
“한국에서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주택 가격과 지역에 따라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차등 적용하는 것을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에게 이야기하면 놀라더라. 외국학자들은 LTV 차등 적용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 막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LTV 80%가 명확하다. 집을 처음 사는 사람들에게는 추가적인 금융혜택을 준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집값의 5%로 집을 살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다. 금융 등 정책 설계를 좀 잘해서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장관이 바뀐다고 정책이 왔다 갔다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장기계획을 갖고 내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한국도 LTV를 80%로 해야 한다고 본다. 여야가 LTV, DTI를 정하고 앞으로 외국처럼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
- 작년부터 집값이 급락하니까 주택이 부족해서 집값이 올랐다는 ‘공급 부족론’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축과 구축아파트의 차이가 2010년대 초반 15~20%였다. 그러다가 2018~2019년에 그 차이가 40%까지 벌어졌다. 새 아파트에 40%의 돈을 더 내고 살겠다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이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2020년이후의 집값 폭등은 저금리가 큰 역할을 했다.
지금 집값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집값이 너무 올랐고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던 수요자들이 금리 급등에 주택 구입을 멈췄기 때문이다. 금리가 3% 정도로 내리면 수요자들이 적응해서 주택 구입에 나설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비하면 높은 금리이지만, 90년대에는 10%에 근접하는 초고금리 시대도 있었다.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제대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2026년, 2027년에는 집값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 다만, 지방은 공급이 너무 많기 때문에 미분양 사태가 점점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급확대 공약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방은 공급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 서울은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공급을 계속 늘릴 방법이 있는가?
" 작년에 춘천 레고랜드발 신용 경색으로 PF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권이 PF만기를 6개월 연장시켜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이 리파이낸스를 할 때 금리가 12%까지 치솟았다. 금융권이 부동산 사업에 대해 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 정도 금리라면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사업장들이 속출할 것이다. 정부가 이 부분은 고민을 해야할 것같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공급이 위축되면 2026~2027년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한국은 소득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향후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정부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가 충분한 만큼, 좀 기다려 달라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토지비축을 하는 랜드뱅크가 필요하다.”
-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일종의 주택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다.
“저는 규제 완화라는 방향 자체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규제완화가 주택경기를 되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사람들이 1월보다는 12월에 더 가격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준 금리의 상승세가 멈추고 나서 한번 집을 사 볼까하는 그런 시점에 대책이 나왔다면 사람들이 움직일 것이다.
1.3대책은 거래를 터주는 내용과 PF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주택거래자와 건설사, 금융권을 위한 대책이다. 그런데 세입자에 대한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이 취약하다. 거래활성화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도입했으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PF 대책은 지금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PF가 무너지면 금융권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정부가 시중 금리보다 낮은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정부가 시중 금리보다 저렴한 고정 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 보금자리론은 필요한 제도라고 본다. 보금자리론처럼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은 주 이용자가 서민이나 첫 내집마련 수요층이다. 여야가 좀 중지를 모아서 이런 상품은 지속하겠다고 해야 한다. "
-미국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 리먼쇼크 때처럼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리먼쇼크의 경우, 문제가 됐던 상품이 변동형 모기지상품이다. 초반에 저금리 변동금리로 대출해주다가 3년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데, 전환시점에 금리가 급등했다. 모기지 대출과 관련해 신용 심사를 하는 전문 회사들의 모럴해저드까지 겹쳤다. 미국 정부는 리먼쇼크의 교훈으로 인해 모기지는 대부분이 고정금리이고,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도 철저하다. 물론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수요 자체는 크게 줄어 들었고 집값이 조정이 불가피하다. "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너무 높다.
“중위 가격 이하 주택은 안전자산이다. 중위 가격 이상은 불안전 자산이다. 지역별로 중위가격에 차이가 난다. 중위가격이하는 정부가 모기지 상품을 지원해야 한다.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론과 같은 고정금리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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