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먹잇감 된 빌라 다세대… 관리비 사각지대로 피해 우려

황재성 기자 2023. 2. 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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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최근 겨울철 난방비가 크게 오르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사기의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는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비아파트에 대한 관리비 규정이 사실상 공백상태여서 세입자(임차인)의 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한 법률 규정이 미비해 집주인(임대인)이 마음대로 관리비를 부과하는 경우가 적잖다. 또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계약갱신권 무력화와 임대차 신고제 회피, 임대소득세 탈세 등을 목적으로 보증금 대신 임대료를 올려 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리비 부과 원칙이나 기준,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등을 의무화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과 같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토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비 아파트 세입자 관리비 부과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비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의 관리비 관련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4층 이하, 100채 미만의 공동주택 등이다. 최근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된 4층 이하 빌라가 주로 해당한다.

● 관리비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빌라 다세대

1일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 따라 공개가 의무화돼 있다. 2020년 말 기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1030만 채로 단독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1856만 채)의 55.6%, 전체 아파트(1166만 채)의 88.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반면 비 아파트는 관리비 항목 설정과 공개·열람 권한에 대한 제도가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우선 공동주택 관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도 관리비에 관한 규정을 다루지 않고 있다.

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간임대주택법’)에 관리비 관련 제도가 있지만, 구속력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구분소유 10명 미만의 공동주택이나 업무시설 등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집합건물법, 민간임대주택법 등 3개 법률의 적용도 받지 못했다.

이처럼 관리비 관련 제도 공백상태에 놓여 있는 가구는 2020년 말 기준 전체 가구(2092만7000가구)의 20.5%(429만6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를 주도한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실제 피해로 이어진 가구 비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제도적인 공백이 광범위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관리비 제도 공백 악용 사례 적잖다

관리비 규제를 받지 않는 비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마음대로 관리비를 책정하는 일이 적잖았다. 또 임대료 인상 상한이나 임대차 신고제 등을 의무화한 임대차법을 무력화하고, 임대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높이는 등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 7만 원을 받던 곳에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0만 원, 관리비 30만 원을 요구하는 일이 나타났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월세를 27만 원으로 책정한 뒤 관리비로 무려 105만 원을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2020년 8월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거래법’)에 따라 보증금이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전월세신고제 적용 대상이 됐다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세입자가 5만 원이었던 관리비가 8만 원으로 뛰자 구체적인 산정근거를 요구했다가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집주인이 “왜 그런 거를 요구하느냐” “나를 의심하는 거냐”며 화를 내면서 싸움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비 아파트는 임대차법 개정 전후 관리비 상승폭이 아파트보다 13.6~25.3% 더 높게 나타났다. 비 아파트에서 임대료의 관리비 전가가 그만큼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 관리비 사각지대 없앨 6가지 정책 제안

문제는 관리비 부과 추이를 볼 때 2022년부터 비 아파트에서 관리비 전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주인들 사이에 관리비 활용 전략이 알려지고, 계약 갱신이나 재계약이 이뤄질 때마다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절한 정책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입자의 주거안정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연구원은 이를 막기 위해 6가지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주택임대차에 적용하는 관리비 부과 기준 마련이다. 즉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관리비 규정을 신설하거나 주택임대차 계약시 용도와 금액을 밝히고, 임차인이 세부내용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주택임대차 계약서에 관리비를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구체적인 관리비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민간임대주택에 따른 표준임대차계약서나 공공주택사업자의 전세임대주택 계약서 등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주택임대차신고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행 부동산거래법에 따른 신고대상을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 원 초과’에서 ‘모든 임대차’로 바꾸고, 주택임대차 신고사항에 관리비를 포함해 제도적인 관리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집합건물법이나 민간임대주택법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관리원의 의무 확대와 임차인의 권리 강화와 함께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구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비 아파트에 대한 관리 개선과 공적 역할 강화이다. 우선 집주인이 관리하는 곳을 전문업체 등의 관리를 받도록 유도하고, 매입임대주택 관리소 운영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세입자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 개선이다. 비 아파트 관리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악용사례에 대한 신고접수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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