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바퀴’ 5228㎞ 뛴 회장님

유지연 2023. 1.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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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하루 평균 45㎞ 이상 달리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한 바퀴 5228㎞를 국내 최단시간에 완주했다. [사진 맥키스컴퍼니]

518시간57분59초.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동해~남해~서해를 지나 비무장지대(DMZ)까지,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의 대한민국 한 바퀴 완주 기록이다. 2021년 12월 3일 시작해 약 1년1개월간 조 회장이 두 발로 누빈 거리는 5228㎞에 이른다. ㎞당 5분 57초로, 한국기록원(KRI)이 공인한 최단시간 완주 기록이다.

충청 지역에서 소주업체를 운영하는 조 회장은 주중에는 업무에 전념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하루 평균 45㎞ 이상을 116회(일) 달렸다. 26일 오후 2시쯤 출발지인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한 조 회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일문일답.

Q : 완주 소감은.
A : “약속을 지켜낸 것이 자랑스럽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해냈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Q : 설 연휴 막바지에 한파가 몰려왔다.
A : “어제(25일)가 고비였다. 진부령을 넘는데, 맞바람까지 맞으니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쯤 되는 것 같았다.”

Q : 왜 이런 도전을 했나.
A : “코로나19가 오면서 회사 일도 잘 풀리지 않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평소에도 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마라톤을 80회 완주했다. 제일 잘했던 게 걷고 뛰는 거니까, 우리나라를 한 바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6일 오후 2시쯤 완주 결승점을 통과하는 모습. 조 회장은 잘 뛰는 노하우에 대해 “인생살이랑 똑같다. 자기 속도대로 즐겁게 뛰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 맥키스컴퍼니]

조 회장은 매주 금요일 새벽 대전 집에서 나와 차량으로 출발지에 갔다. 금·토요일 오전에 뛰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았다. 일평균 45㎞ 넘게 뛰었다.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매주 두 차례 뛴 셈이다.

Q :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A : “겨울 시작해, 겨울에 동해, 봄·여름에 남해, 가을에 서해를 달렸다. 그리고 DMZ 둘레길을 겨울에 달려 (출발점에) 도착했다. 뛰고 싶지 않은 때도 있지만, 막상 나가서 5㎞를 달리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Q : 날씨와의 싸움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A : “여름이 더 힘들다. 여름에는 햇빛을 피해 새벽 4시30분부터 달렸다. 폭우가 와도, 눈이 와도 뛰니까 주변에서 말리더라. 그러면 ‘춥다고 밥 안 먹나, 덥다고 잠 안 자나’라고 응수한다.”

Q : 잘 뛰는 노하우가 있나.
A : “몸 상태에 맞는 속도 조절이다. 총 5228㎞인데, 시속 10㎞ 정도로 거의 일정하게 뛰었다. 인생살이랑 똑같다. 남은 힘과 상황을 조절해 가면서 자기 속도대로 즐겁게 뛰는 것이 비결이다.”

Q : 없는 길을 만들었는데.
A : “서울~부산 간 거리가 400㎞인데, 우리나라 둘레가 5000㎞나 되냐고 많이 묻는다. 걸을 수 있는 길과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 차량 통행이 적은 한적한 길로 뛰는 코스를 설계했다. 섬도 다리가 있어 육지랑 연결되면 다 뛰었다. 울릉도와 제주도도 둘레를 뛰었다.”

Q : 기억에 남는 코스는.
A : “울릉도를 뛴 뒤 풍랑주의보로 여객선이 뜨질 않았다. 어렵게 화물선을 타고 12시간 걸려 포항에 왔다. 차량을 빼는 시간까지 총 17시간 배에 있었다.”

Q : 1㎞에 1만원씩 기부한다고.
A : “뛸 때마다 보약 먹은 기분이었다. 못 뛰는 사람들에게 부채감이 생기더라. 뭘 할까 하다가 ㎞당 얼마씩 모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적립액이 8670만원이다. 중간에 충남지체장애인협회에 3600만원을 기부했다. 앞으로도 기부는 이어갈 생각이다.”

Q : 앞으로 주말에 뭘 할 건가.
A : “가만히 있진 않을 거다. 이제 전국 댐 길을 모두 뛰어볼까 한다. 2년 뒤에 경로우대증이 나올 텐데, 그때가 되면 유럽 한 바퀴를 달릴 생각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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