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지역 해제에 전문가들 “높은 금리로 효과 제한적. 서울 일부 지역도 해제 해야”
정부가 서울과 과천, 성남, 하남, 광명을 제외한 경기도 전역과 인천, 세종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집값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다. 매수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금리인상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은 여전히 투기·투기과열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지역 해제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며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에 대해서도 규제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전날 열린 ‘제4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 등 경기도 9곳을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은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총 31곳을 해제했다.
◇“금리 계속 오르는데… 매수세 불붙기 어려워”
이번 조치는 빠르게 얼어 붙고 있는 주택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것이다. 올해 1~9월 월평균 주택 거래량이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시장이 위축됐고, 연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이라 시장의 경착륙을 막을 필요가 있다. 통상 주정심은 6월과 12월, 연 2차례에 열리는 정기회의지만, 현 정부 집권 이후 약 6개월만만에 벌써 3차례 열렸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한도가 늘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 부담이 줄어든다. 함영진 직방 빅데티어랩장은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곳은 청약, 보유, 거래 전반을 제약했던 규제에서 자유로워지게 됐다”면서 “실수요자마저 거래를 외면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집을 사고파는 구매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를 상승 반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가 시장의 최대 변수”라면서 “금리가 높아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규제해제지역인 수도권에서 하락세가 둔화할 수는 있으나 약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한 차례 올릴 예정이다.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미국이 이달 초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탓에 한국은행도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더구나 미국이 다음 달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금리인상 기조는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이 지속하는 상황이라 규제지역 해제만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막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규제지역 해제 시기가 다소 늦은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규제완화 속도 높여야… 서울 일부 지역 해제도 고려”
부동사 전문가들은 규제완화가 더 이뤄져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규제지역 해제에서 배제된 서울에서조차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계약일 기준)는 10일 현재 기준 418건에 그쳤다. 지난 9월 614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이래 역대 최소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10월 또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큰 서울과 경기 4곳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정심에 따라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이 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로 제한되고,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이 중과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나머지 지역도 규제지역 해제 요건에 들면 과감하게 해제해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서울이라고 예외로 둘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번에 제외된 서울과 경기 4곳 모두 규제지역 해제를 위한 정량 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지역 해제 뿐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과도한 거래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을 해제한다고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수도권 일대의 폭넓은 규제지역 해제 외에도 세금 중과를 정상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과도한 거래규제도 완화하는 등 집값 상승기에 집값 조절 수단으로 활용한 정책들의 빠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거래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 “서울도 최근 들어 낙폭이 큰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강북권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1~10월 노원구와 도봉구의 집값은 각각 2.13%, 2.66% 하락해 전국 평균(-0.22%) 하락폭의 10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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