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월세' 관리비 의무공개, 50세대 이상으로 확대

최하얀 2022. 10.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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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0단지·41만9600세대 새롭게 의무공개
'나 홀로 아파트'도 대거 공개 의무 생길 듯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5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도 ‘제2의 월세’로 불리는 관리비가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입찰담합이나 회계비리 등 이상징후가 발견된 단지를 매년 두 차례 선정해 정부가 합동점검에 나서기로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리비 증가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을 현재 100세대 이상에서 50세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새롭게 공개 의무가 생기는 50세대 이상 1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은 약 6100단지, 41만9600세대다. 대단지아파트가 아닌 1∼2동 짜리 ‘나 홀로 아파트’도 대거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관리비를 공개해야 하는 대상도 15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된다. 50세대 이상∼1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시스템(K-apt)이 아닌, 해당 공동주택의 누리집과 동별 게시판으로 공개해도 된다. 현재 150세대 이상만 의무인 관리비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는 앞으로 50세대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법을 내년 상반기 중에 개정하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내년 3월 중에 개정할 계획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축적된 관리비 정보가 네이버, 케이비(KB)부동산, 직방 등 민간 부동산 관련 포털·앱에도 제공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인지도가 낮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처다.

원룸·50세대 미만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조처도 시행된다. 관리비 공개 의무가 없는 원룸·50세대 미만과 관련해서는, 법무부가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이 들어가도록 서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관리비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공인중개사협회 등을 통해 계도·홍보하겠다”고 밝혔다.

관리비 관련 규정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있는 공동주택과 달리, 집합건물법의 관리비 규정을 받는 오피스텔은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의무가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법무부는 집합건물법 개정을 통해 50세대 이상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관리인에게 회계장부 작성·보관·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지자체장에게 감독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3월 관련 개정안을 발의해놓았다.

정부는 입주민이 유지보수공사나 용역비가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유지보수공사·용역 사업비 비교 기능을 연말에 구축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관리사무소장이 예금잔고와 장부상 금액 일치 여부를 매달 확인하는 규정을 현재 국토부 고시(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에서 법령(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으로 상향해 규범력을 강화한다.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위원회, 지자체는 내년 3월과 10월 입찰담합이 의심되거나 관리비 등 회계비리 또는 사업자 선정 관련 이상징후가 발견되는 단지를 선정해 합동점검에도 나선다. 올해 10월 조사는 26일부터 11월25일까지 전국 20개 단지를 상대로 실시된다.

국토부는 전 국민이 공동주택 관리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한해 지난해 기준 22조9천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가구당 한 달 18만원꼴이다. 전체 관리비 지출액은 2018년 18조7천억원에서 2019년 20조원, 2020년 21조7천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청년세입자의 경우 31.7%가 월세로 거주하는데, 관리비가 월세의 30%를 차지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2의 월세로 인식되는 관리비는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더 큰 주거 부담”이라며 “관리비 공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다각적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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