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일시 감면·청약제도 개편 '우선순위' [스페셜 리포트]
◆ SPECIAL REPORT : '윤석열 5년' 부동산 규제 완화 어떻게 ◆
매일경제신문은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점검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우선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윤 당선인 측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공약집 내용을 토대로 최근 취재된 상황을 덧붙인다. △정비사업 규제 △세금 △대출 △임대차 관련 문제 △청약제도 등 5가지 분야로 나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예상한다.
▶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대신 주거환경에 대한 가중치는 현행 15%에서 30%로 늘린다는 것이 골자다. 주거환경은 주차, 엘리베이터 등 생활 편의에 관한 요소다. 안전진단을 진행할 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비중은 낮추고, '얼마나 불편한지'의 중요성은 더 높이는 셈이다. 안전진단은 국토교통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작년 4월 취임 이후 줄곧 완화해 달라고 요청 중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폐지'가 아니라 '완화'를 들고나왔다. 법을 없애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선 쉽지 않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과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 없애기에는 부담이 크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부담금 부과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나마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허용 등 부과 방식에 관한 부분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손대기 쉽다.
분양가상한제도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산정 방식을 바꿔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한제 폐지는 국회 통과를 받아야 하지만, 분양가 산정 방식에 관한 부분은 국토부가 바로 수정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아파트 리모델링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모델링 수익성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내력벽 철거'에 관한 부분은 안전성과 직결될 문제인 만큼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1기 신도시의 재건축·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때문에 장기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업계에선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다음에야 1기 신도시 정비에 관한 문제가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 보유세·양도세 정상화
윤 당선인은 우선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현실화 계획'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문제는 국회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하지만 '또 부유층 세금을 깎아준다'는 논란이 붙을 수 있어 한동안 시장 상황을 지켜본 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는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이중 과세'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행정적 문제가 많아 당장 통합이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윤석열정부에선 일단 세금 부담 완화 조치부터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 전년도 납부 세금에서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게 하는 '세 부담 상한' 강화 등이 제시된다. 이들 요소는 대부분 정부 단독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취득세 중과세율도 손볼 예정이다. 지금은 지역과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확 올려서 적용하는 형태인데 주택 가격에 연동된 누진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양도세를 계산할 때처럼 주택 가격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상징적인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도 한시적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동의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때 최대 2년간 '통으로' 중과를 배제하는 방법을 내세웠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감면을 제외하면 세제 개편은 모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릴 2024년까진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출규제 완화
새 정부는 꽁꽁 묶여 있던 주택매매 관련 대출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인상하고, 실수요자에게는 지역과 상관없이 LTV를 70%로 단일 적용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20%로 낮추는 방식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생각은 문재인정부의 대출관리 정책보다 훨씬 느슨한 편이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9억원 이하 40% △9억원 초과 20%의 LTV를 적용하고 있다. 다주택자나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대출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관심이 쏠리는 과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여부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LTV 완화는 공언했지만 DSR 완화에는 말을 아꼈다. DSR까지 풀리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DSR를 풀지 않으면 LTV 완화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연소득의 40% 이내로 묶어둔 규제를 5억원 초과 대출까지 적용 대상을 늘리는 안이 거론됐지만 인수위 측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문제를 자극할 위험 때문에 DSR 규제 기준이 5억원보다는 낮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DSR는 사실상 금융위원회 행정지도인 만큼 법 개정 없이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로 실제 시행까진 꽤 많은 검토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임대차 관련 제도 개정
일대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주택 임대차법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임대차법은 △임대차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돼 있다. 임대차신고제의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음성화된 주택 임대차 시장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선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결국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타깃이다. 윤 당선인은 임대차법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갱신권 4년을 예전 2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월세상한제도 현행 '5% 이내'로 제시된 상한선을 지자체가 시장 상황에 따라 '3~10%' 범위에서 자유롭게 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신 전셋값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줘 시장가격 이하로 나오는 민간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법도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해 엄청난 소모전이 예상되는 만큼 당장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각종 불만과 꼼수가 속출한 임대차법을 새롭게 개편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시장에 또다시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은 사실상 폐지 상태인 주택임대사업자도 일정 부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에 한해서 신규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세금 혜택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극심한 논란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초기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매물 잠김'을 불러왔다는 사실도 제도를 부활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다.
▶ 청약제도 개편
윤 당선인은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전용 60~85㎡와 85㎡ 이상으로 구분하던 기존 청약제도에 60㎡ 이하를 추가해 '가점제 40%·추첨제 6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8·2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 일반공급의 가점제 비율이 100%까지 높아지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20대와 30대는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됐다. 최근 두드러졌던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현재 청약제도가 일조했다는 것은 전문가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윤 당선인은 청약제도를 개선해 젊은 세대에게 일정 부분 가능성을 높여주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1~2인 가구에 적합한 전용 60㎡ 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60~85㎡ 이하 주택에 대해서도 가점제 70%·추첨제 30%로 개선한다.
반면 85㎡ 초과는 가점제를 확대한다. 현행 가점제 50%·추첨제 50%에서 가점제 80%·추첨제 20%로 바꾼다. 오랜 시간 무주택 상태로 청약 기회를 기다려온 3∼4인 가족의 역차별 논란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청약제도 변경은 국토부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청년층에게 청약 기회를 넓혀준다는 의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유지되는 규제도 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등
내달 말 재지정 가능성 높아
재건축·재개발 진행 구역 내
조합원지위 양도 금지 강화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언했지만 또 다른 규제가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4월 26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종료되는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지구 아파트 14개 단지, 성수 전략정비 구역 등 4.5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정 기한 만료 전에 관계 부서와 자치구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검토해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며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해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업계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상황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지역이 규제 완화의 대표 수혜지인 만큼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 수요 유입을 막아 가격 안정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이나 상가 등을 거래할 때 실제로 거주할 사람만 살 수 있다. 전세를 끼고 구입해 임대를 놓는 형태의 투자가 불가능하다. 잔금 납부일도 3개월 안으로 제한된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허가 대상 면적을 주거지역은 종전 대지면적 18㎡에서 6㎡로, 상업지역은 20㎡에서 15㎡ 등으로 강화했다. 허가제의 사각지대로 꼽힌 소형 아파트·다세대·구분상가 등의 투자 수요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외에도 또 다른 규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구역 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재건축은 현재 조합설립인가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각각 앞당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안인 데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제안된 정책인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정상적인 거래를 완전히 말라버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반발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거래를 급감시키는 정책인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까지 앞당겨지면 해당 주택을 사들인 사람은 조합원 자격이 없어 집을 팔 수 없다 보니 거래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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