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에 세액공제 혜택줘 전월세 공급 확대해야"
차기 정부에 정책 제언
"국세인 종부세 감면 앞서
지방교부세 개편 검토해야"
"지방에 정책권한 더 주고
후분양제 도입 점진적으로"
―대선 이후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부동산 정책은.
▷김준형 명지대 교수=주택 공급이나 대출규제 완화는 너무 공급자적인 발상이다. 현재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주거 문제를 겪는 가구가 누구이며, 그중에서 누가 가장 심각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기자 명부'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대기자 명부는 임대주택 등 주거 지원이 필요한 가구가 한 번 등록하면, 그 가구들의 우선순위를 평가해서 주거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거복지 선진국들이 이미 도입·실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을 돕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김정섭 UNIST 교수=올해 7월에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맞이해 법 시행으로 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됐던 임차인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다. 이로 인해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이 가장 시급하다. 대출·이자율 지원 등 다양한 금융대책이 요구되고, 임대료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과 과도한 임대료 상승 제한 방지책이 필요하다. 임대료를 시세 대비 충분히 올리지 않은 임대인에게는 세액 공제 등 유인책 제공도 필요하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은 임대시장과 연계돼 있다. 임대시장이 불안하면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주택 매매가격 상승 압력을 초래한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 기조하에서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선결 과제는.
▷김준형 교수=주택 문제는 특정 지역 위주의 국지적 문제가 많고 문제 해결 방식도 지방정부가 더 잘 알 때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다. 중앙정부가 목표 물량을 정하지 말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주거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계획·집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지방정부를 돕기 위해 정부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 등을 지원하고 도시 계획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할 필요가 있다.
▷김정섭 교수=정부 역할이 어디까지고, 어느 수준까지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주택시장은 모든 지역이 다른 이질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중앙정부가 서울 주택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왔다. 이 때문에 지방 도시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인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울산은 2020년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규제 조치를 하고 싶었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때를 놓치기도 했다.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진창하 한양대 교수=여야 대선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주요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을 포함한 공공 재원이 될 것이다. 최근 5년간 주택시장 가격 상승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액 증가 등으로 주택도시기금 조성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기금 조성은 거시경제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지속가능성과 위험 관리에 힘써야 한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일정 수준 확보된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인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승동 상명대 교수=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에 치중하고, 일반 가계 대상으로는 시장 역할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비용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정책당국자가 단순히 명분과 속도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시장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주택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고진수 광운대 교수=문재인정부 사례를 살펴보면 아무리 의도가 좋은 정책이고 실행 의지 또한 강하더라도 부동산시장에 대한 이해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차기 정부의 올바른 부동산 세제 방향은.
▷김준형 교수=여야 대선후보들이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양도세 부담으로 밀려 있는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게 해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보유세 부담을 늘리자고 하지만 한국의 보유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강성훈 교수=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면 지자체에 이전되는 부동산 교부세(중앙에서 지방에 지원하는 세금)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별로 순수입 변화도 커지기 때문에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은 지자체와의 협의가 중요하다. 또한 거래세 중 하나인 취득세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완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취득세는 지방세라 이 또한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취득세, 종부세 등을 완화한다면 지방교부세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꼭 함께 모색돼야 한다.
―분양제도 개선 방향은.
▷김정섭 교수=현재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분양제도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낮고 건설부문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도입된 제도로, 현재 경제 수준과 금융부문 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다. 선분양제 자체가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제도라 개정이 필요하다. 단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진창하 교수=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는데, 후분양제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그대로 민간시장에 적용한다면 시장에서는 공급업자들이 수지가 맞지 않아 공급 시기를 늦추려고 할 것이다. 양 정책 간 조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후분양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순차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시행한 후 민간 공급 물량으로 확대해 점진적으로 이뤄갈 필요가 있다.
▷유승동 교수=소비자 입장에서는 선분양제도도 장점이 존재한다. 주택가격 변동폭이 큰 우리나라에서 선분양제를 통해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막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후분양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선분양제 단점을 보완하면서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리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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