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전세시장.. '임대차법 2년' 맞는 8월이 변곡점 될 듯
임대차법 시행으로 폭등한 전세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폭이 둔화하며 잠잠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완전한 안정세로 진입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법 시행 만 2년이 되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줄줄이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해서다.
24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법 영향으로 2020년 7월 1.00%, 2020년 11월 2.77% 등 급등했다가 작년 하반기 상승폭이 줄며 지난달 0.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92%→0.45%→0.31%로 상승폭이 내리 줄었다.
수치로는 안정세인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는 8월이 되면 전셋값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는 첫 해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2022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시행·금융·학계 등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는 올해 전국 전셋값이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KB경영연구소가 전문가 16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76%는 올해 전국 전셋값이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수도권의 경우 82%가 상승을 전망했고, 상승폭은 5~7%일 것이라는 의견이 22%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전문가 17%는 전셋값이 7% 이상 오른다고 전망했다. 앞선 2019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53% 하락했으나 2020년 10.23%, 2021년 14.42% 급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설문조사에서 수도권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임대차법 이후 전세 물건 감소’와 ‘계약갱신 만료로 이주 증가’ 등 임대차법 영향을 주목했다. 임대차법 때문에 거래가 적고 얼어붙은 현 전세 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것이다.
임대차법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때 기본 임대차 기간(2년)보다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로, 2020년 8월 시행됐다.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 물건들은 올해 8월부터 순차적으로 시장에 출현한다. 그간 임대료 인상폭이 5%로 제한된 만큼, 집주인들은 이번 신규 전세 계약 시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재계약이 부담스러운 임차인들이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가계 대출 총량 관리 영향으로 전세 대출과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임차인들은 증가한 전세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KB경영연구소는 “전세시장 안정은 2022년 주택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임대차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임차인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셋값 상승은 하락 전환한 매매가격을 다시 밀어 올릴 수도 있어 매매시장에서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의 올해 집값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세시장 불안은 상승론의 주요 근거로 꼽히고 있어서다. 앞선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되자,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무섭게 동반 상승한 경험이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집주인으로서는 이번에 전셋값을 올리면 향후 4년간 전월세상한제 영향으로 전셋값을 5% 초과해 올리지 못하니, 대부분 전셋값을 많이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뜩이나 서울과 수도권엔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세시장 불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전셋값이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릴지는 지역별로 영향이 다를 것 같은데, 서울 업무밀집지역 인근 아파트는 이미 전셋값이 높고 임차수요가 많아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세를 견고하게 받쳐줄 것”이라면서 “반면 서울 외곽이나 일부 수도권은 전셋값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매매 대출 규제 영향으로 집값을 반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법 초창기엔 신규 계약 물량이 갱신 물량보다 많았는데, 작년 하반기부턴 갱신 물량이 신규 물량을 초과할 정도로 많아졌다”면서 “갱신권이 만료된 전세 물량이 상당수라, 이들은 전셋값을 상승시키며 시장에 강한 상승압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국내 주택시장은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동조 현상이 짙은 만큼, 전세시장 불안이 매매가격 상승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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