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집값.. 하락진입? 재반등? 전문가들도 갸웃
아파트 거래 3개월째 1000건대 이어져
대출규제 강화·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로 이자부담 커져
반면 대선 앞두고 거래 판단 보류도.. 매물 크게 안늘어
여야후보들 '규제완화'·LTV 80~90% 공약 등 내걸어
실수요자들 다시 시장 유입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류태민 기자] 하락장 초입이냐, 상승 전야냐. 서울 집값이 최근 3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대선 이후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현실은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 연속 1000건대에 머물면서 거래 실종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하락폭을 더 키울 것이라고 보는 ‘대세 하락론’이 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조정기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 조정론’도 존재한다. 오히려 반짝 조정기를 거쳐 다시 상승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대세 상승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상승·하락을 점칠 신호가 시장에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치솟은 집값, 계속 오를 금리, 늘지 않는 공급, 대선주자들의 규제완화 공약까지, 어떤 변수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전망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 같은 혼란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전조 증상이 만드는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다.
"거래절벽은 하락장 초입 신호"… 하락국면 전망 탄력
‘대세 하락론’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탓에 매수 부담이 커진 데다 대출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진 환경이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치솟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면서 거래량이 줄고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4000건대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1366건으로 떨어진 이후 12월 1125건, 1월 854건(잠정치)로 분명한 하락세다.
집이 팔리지 않자 하락거래 비중도 늘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아파트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54.3%가 하락거래였다. 지난해 9월 35.1%에서 2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하락거래가 한 두 건 단발성에 그친다면 대표성이 없지만 그 비중이 늘수록 장기적인 가격흐름이 하락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며 "상승장에서 신고가가 늘어날수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락거래의 근본 원인으로 매수세 감소를 꼽는다. 집 살 사람이 준 것은 소득과 집값 격차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2를 기록했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182는 소득의 45.5%를 매달 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11억5146만원이었다. 본격적인 집값 상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12월(8억2722만원)에 비하면 2년 새 3억2424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5억7028만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여기에 금리인상·대출규제 강화 요인이 더해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40%로 강화했다. 이 규제를 적용하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규제지역에 속한 6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과거에는 2억4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1억5000만원까지만 가능해진다. 여기에 올 7월부터는 DSR 규제 적용대상이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강화된다. 기준금리 역시 지난해 8월부터 세차례 0.25%포인트씩 인상하면서 지난달 1.25%를 기록했고,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된다. 송 대표는 "대출규제 강화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 이와 연동된 대출 이자 부담도 커져 집값 상승을 견인헤온 청년세대의 매수비중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한 수요, 정책 가시화되면…" 상승 여력도 여전
극히 낮은 거래량은 장기적 추세에 대한 정상적 판단 근거로 삼기 어렵다. 최근의 아파트 가격 하락 안정세를 시장 원리에 따른 확고한 하락 추세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의미다. 시장 참여자들이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판단을 보류하면서 시장이 ‘일시적 조정기’ 모습을 띄고 있다는 게 ‘대세 상승론’의 골격이다. 시장에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대선 이후 대출 규제나 세부담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정책이 확정되면 집값이 다시 꿈틀댈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굳이 빨리 팔 필요도, 살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 거래가 위축된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매수자는 대출한도 때문에 집 구매가 원천적으로 막혔고, 매도자는 대선 국면과 엮여 세금 완화 이슈가 나오는데 굳이 낮춰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집값 하락의 전조 증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매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4만6000~4만7000건 수준이다.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기 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2000건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바꿔말하면 지금은 집을 팔겠다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세 상승론자들은 대선 이후 상황에 따라 집값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집 보유자의 세금을 덜고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또는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90%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 될 경우 대출 때문에 구매를 포기한 실수요자들이 다시 시장에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월세갱신청구권을 다 쓴 가구가 오는 7월부터 시장에 쏟아지는 것도 집값 흐름을 바꿀 변수다. 현 정부는 2020년 7월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연장 시 인상폭이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새 임대차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갱신권을 쓴 세입자는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았지만, 신규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신규 세입자들이 높은 가격에 전월세를 구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7월에는 갱신권을 사용한 가구가 시장에 나온다. 갱신권 만료 가구는 이미 오른 전월세 가격을 내고 다시 세입자가 되거나, 내 집을 사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전세가와 매매가 간 차이가 적을수록 갱신권 만료 가구가 내 집 마련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집값이 하락해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예전만 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질수록 거주 여건이 좋고 가격 방어력도 갖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수록 성장성이 높은 지역, 핵심 입지에 자리잡은 아파트들로 수요가 몰려 이들 단지는 가격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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