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빌라로, 전세서 월세로, 서울서 외곽으로 밀려난다

김동표 2022. 2. 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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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누적된 규제 부작용
압구정 현대아파트_부동산 자료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집값 폭등, 각종 규제로 인한 시장 왜곡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떠앉은 것은 평범한 주택 수요자들이었다. 서울에서 살던 이들은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났고, 아파트를 꿈꾸던 내집마련 수요는 빌라로 마음을 돌렸다. 전세의 월세화 또한 가속화되면서 월세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거래량 '빌라 > 아파트' 기현상=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가 아파트의 매매량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계약일 기준)는 1447건으로, 아파트 매매(537건)의 약 2.7배에 달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매매량은 빌라보다 2∼3배 정도 많은 편이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자 거주지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수요로 돌아서면서 거래량 역전 현상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월간 시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2억5969만원인데 비해 빌라 평균 매매가는 3억4559만원으로 아파트값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올해부터 신규 취급되는 대출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누적된 규제 등 여파로 주택 시장이 거래절벽에 빠진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마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의 월세화'…커지는 월세부담= 임대차 시장은 '전세의 종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부담 증가에 따른 다주택자들의 세입자 조세 부담 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포함) 임대차 거래 건수는 총 13만6184건으로 집계됐다.

갱신 계약(3만7226건)의 경우 월세는 8152건(21.9%)으로, 전세 2만9074건(78.1%)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신규 계약(9만8958건) 중 월세 계약 비중은 48.5%(4만7973건)로, 신규 계약의 절반 정도가 월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계약의 월세 비중(48.5%)이 갱신 계약 월세 비중(21.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발간한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서 "연중 급등한 전셋값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전세수요의 월세로의 이동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KDI는 지난해 6∼11월 서울 전월세거래 중 신규계약과 재계약 추이를 비교하고 임대차2법 이후 임대시장 변화도 분석했다. 월세거래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때 보증금이 3억원으로 유지되고 월세가 87만원에서 94만원으로 올랐다. 갱신권 미사용 때는 보증금이 3억5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오르고 월세도 70만원에서 93만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폭등에 서울 떠나 경기도로= 주택 시장의 구조적 충격은 인구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 거래량 감소로 인해 인구 이동 총량 자체는 감소하고 있지만, 서울을 떠난 인구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집값 폭등의 영향으로 서울을 빠져나간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1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입신고 기준으로 집계한 전국 이동자 수는 721만 3000명으로 2020년보다 52만 2000명(6.7%) 감소했다. 인구이동이 감소한 건 2019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은 14.1%로 전년 대비 1.0% 포인트 하락했다. 통계청은 "인구 고령화와 주택 거래가 줄어든 것이 인구이동 감소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의 순유출(전출자-전입자) 인구는 10만 6243명으로 2020년 6만 4850명에서 4만 1393명(63.8%) 늘었다. 전체 인구이동이 줄었는데도 서울에서 빠져나간 사람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울의 인구이동률은 -1.1%였다.

서울에서 짐을 싼 사람들은 경기도로 향했다. 경기는 전출자보다 전입자가 더 많아 15만 517명이 새로 넘어왔는데, 서울을 떠난 사람 3명 가운데 2명(63.8%)이 경기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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