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뚝', 고가 '찔끔'..거래절벽도 양극화
6억~9억 거래 석달새 반토막 이하
15억 초과 고가 거래는 소폭 줄어
"집값 하락 전조" "일시적" 의견분분
"실거래 시가총액에 주목" 의견도
정부의 대출 조이기 여파로 전국의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 그중에서도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이 대출을 축소·중단하거나 대출 금리를 인상한 영향을 중저가 아파트 매수층이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9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68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4190건)보다 35.8% 줄어든 것으로 지난 4월(3669건)보다 적은 연중 최저치다. 서울 아파트의 월간 매매 거래량이 3000건을 밑돈 건 2019년 3월(22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계속돼 온 거래절벽 현상이 최근 더욱 가팔라지는 분위기로 읽힌다.
10월 거래량을 살펴봐도 이날 기준 1095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으나 9월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거래절벽 현상도 금액대별로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 거래량은 반 토막 이하로 쪼그라든 반면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서울 아파트의 금액대별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 9월 678건으로 지난 7월(1579건)과 비교해 43% 수준으로 감소했다. 거래 비중도 7월 33.6%에서 9월 25.2%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으로 서울 내에선 물량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거래량이 3개월간 986건에서 604건으로 38.7% 줄었다.
반면 15억원을 넘는 고가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 7월 740건에서 8월 699건, 9월 555건으로 중저가 아파트 대비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내림폭이 크지 않다 보니 거래 비중은 7월 15.7%에서 9월 20.6%로 5%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세 속에서도 대출규제 영향권 밖인 고가 아파트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대책에서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바 있다. 대출이 안 되는 만큼 이번 대출규제 강화 조치와도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는 신고가 거래가 줄잇는 등 최근 하락 거래가 늘어나는 시장 분위기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중저가 아파트 매수를 목표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서민·중소득층이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까지 강화된 만큼 실수요자가 접근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거래량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주택 매매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의 전조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통상 거래량 감소는 그만큼 매수세가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집값 추세 전환의 신호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집값 급등 피로감에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이 맞물리며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100.9로, 7주 연속 하락해 기준선(100)에 가까워진 상태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아지면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금리인상 등 외부 여건이 악화하면서 추세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하락 전조라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에는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더 줄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측면이 있고, 거래절벽 속 신고가 거래도 이런 배경 속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윤수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단순히 심리 위축이 아니라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부족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서울 집값은 내년까지 소폭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시각에서 거래량 자체보다는 실제 거래된 총량, 시가총액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을 보면 세제 이슈가 있었던 달을 제외하고 월별로 4조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재고주택 등으로 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은희·양영경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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