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빌라 다 끼워넣고 "공급 충분"..집값 뛴 건 '국민 탓'이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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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막연한 상승심리와 불법거래가 문제다." "집값은 고점이다."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 투기수요, 불법거래 등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집값 고점을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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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서울 입주물량 8.3만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 아닌 빌라·단독
수요자 선호도 낮아 시장과 괴리
불법거래가 부동산 시장 왜곡?
71만건 탈탈 털어 의심사례 69건
임대차법發 집값폭등은 언급없어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막연한 상승심리와 불법거래가 문제다.” “집값은 고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대국민 담화에서 한 주장들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재건축 규제로 서울 공급이 부족하고,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값이 폭등한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지금 집값이 거품이라는 발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공급 통계 부풀리기
홍 부총리 주재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선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공급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됐다. 홍 부총리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공급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 투기수요, 불법거래 등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 물량 8만3000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4만1000여 가구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단독주택 등이다. 수요자 선호도가 낮고 그만큼 매매 및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작다.
아파트만 놓고 봐도 민간기관과 차이가 크다. 정부는 올해 4만2000가구 규모의 서울 아파트 입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부동산114는 3만864가구에 그칠 것으로 봤다. 민간 통계에선 입주 물량이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나 줄어든다. 민간 통계는 입주자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입주가 확정된 물량만 통계로 잡는다. 하지만 정부는 인허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1만 가구 이상 차이가 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서울 입주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2018년 63만 가구에서 2019년 52만 가구, 2020년 47만 가구로 전국 입주가 계속 줄어들었다”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정부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매년 수도권에 1기 신도시 전체 물량(29만 가구)보다 많은 31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급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과 5만 가구 공급이 목표인 공공재건축은 후보지 발굴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0.009% 불법거래에 책임 전가
“불법·편법거래와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홍 부총리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거래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했다. 하지만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건 12건에 불과했다. 이를 포함한 법령 위반 의심 사례는 총 69건이었다. 전체 거래의 0.009% 수준이다.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 불안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직후 1년간(2020년 7월~2021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7.1% 상승했다. 매매가격 역시 9억5033만원에서 11억5751만원으로 2억원 넘게(21.8%) 올랐다.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집값 고점을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4분기 95.5로 OECD 국가 중 리투아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 지수는 낮을수록 국민들이 주택을 살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유정/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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