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정책 파탄난 한국정부 '버블붕괴 대국민 협박'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7. 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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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건축규제 근본적 전환 등 공급확대책 모색
절망한 외국 젊은이들 집 더 짓자는 운동 벌여
집값 잡겠다 공언하던 한국 정부, 대선 앞두고 정책레임덕에 빠져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에도 집값이 폭등했다. 역세권, 신도시 등을 통해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이 무용지물이 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종부세 중과세가 실시되는 6월부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부동산 폭락론’은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향후 1~2년간은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폭등론자들의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무기력 증후군에 걸린 듯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회 답변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다. 모두가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서울쌍문역 인근 도심 공공주택 후보지 찾은 김부겸 총리.

버블이 붕괴한다는 공포마케팅만 유행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하반기 금리인상과 거품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2~3년 후에 집값이 내려갈 수 있고, 주택을 살 때 무리한 ‘영끌’을 하면 나중에 처분 시점에서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 장관 발언에 1~2년은 집값이 더오른다는 의미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정권 출범부터 집값만 잡겠다는 말을 반복, 정책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진 만큼, 버블붕괴 공포마케팅이 통할 리 없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한국만 아니다.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지난 1년간 30% 전후 폭등했고 영국, 미국, 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들도 10% 이상 폭등했다. 팬데믹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와 돈풀기가 빚은 부작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원인 진단이 명확하다. 저금리와 공급부족이다. 금리를 손대면 경제 전체의 불황이 심화될 수 있어 각국 정부가 선택가능한 해법은 공급확대이다. 한국과 같은 투기꾼 책임론도, 집값 떨어뜨리겠다는 큰소리치는 관료도 없다.

외국선 자본주의 위기론. 밀레니얼 사회주의 유행

집값 폭등 현상이 발생하면서 유주택, 무주택자의 빈부 격차 심화, 세대갈등 심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사회주의에 호감을 표시해서 미국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들은 ‘밀레니얼 사회주의자(Millennial Socialist)’라고 불린다. 영국의 세계적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의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된 계기가 집값과 임대료 폭등으로, 빈곤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금리를 대폭 올리거나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 캐나다 뉴질랜드는 외국주택취득금지, 외국인 주택 보유세 신설, 취득세 강화 등의 정책을 채택했지만. 저금리로 내국인들이 대거 집을 사면서 사상 최고의 집값 폭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 전체가 붕괴돼 집값폭등보다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먼쇼크의 악몽을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이유이다.

결국 부작용이 적은 공급확대 정책이 주류 대책이다. 미국에서는 단독주택 전용주거지역에 다세대, 아파트 등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자치단체별로 통과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그린벨트에 주택을 짓자는 운동이 퍼지고 있다.

◇젊은 세대 집 더 짓자는 운동도 확산

하버드대 글레이저 교수는 환경주의와 결합한 중산층 이기주의가 주택공급확대를 가로 막아 주택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 대량공급으로 집값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데, 공급 증가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중산층이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주택건설을 제한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미국 등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집 더 짓자는 임비운동이 확산중이다. 임비는 NIMBY(not in my back yard)의 반대 개념으로, ‘yes, in my back yard’의 약자이다. 미국에서 NIMBY는 흔히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행동을 지칭한다. 임비 입장에는 다가구·아파트 등을 짓는 고밀도 개발에 반대하는 것도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이들은 입법을 통해 고밀도 개발과 인허가 간소화 등을 촉구한다. 독일 베를린시에서는 시 정부가 폭등하는 임대료 탓에 월세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14개월만에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 위반이라고 선언했다. 월세 주택 공급 축소라는 부작용만 남겼다. 규제보다 공급확대가 효과적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 문재인 정부 실패 인정하면서도 규제위주 정책

한국은 외국과 정반대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도 유력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위주 정책을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각종 토론을 통해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공약했다. 여기다가 비거주용 건물에 대해 세금폭탄을 넘는 징벌적 제재를 언급하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토지공개념 3법을 들고 나왔다. 일부 법이 이미 위헌판결까지 받았다. 추미애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규 공급정책은 후순위가 돼야 한다. 공급을 먼저 얘기하면 부동산 가격 정상화가 안 된다”며 규제위주의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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