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풍선효과' 노원 집값, 종로마저 제쳤다

김흥록 기자 2021. 7.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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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發 서울 아파트값 빅뱅]
LTV 대출 강화·임대차법 옥죄자
중저가 지역에 수요자 대거 몰려
25개 자치구 중 노원 17위 올라
종로·은평·구로·관악구 등 앞서
서울 불암산에서 바라본 노원구 일대 아파트./연합뉴스
[서울경제]

노원구 아파트 값이 현 정부 들어 수직 상승하면서 서울의 집값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노원구는 4년 전만 해도 외곽의 저렴한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이었으나 현재는 도심 지역인 동대문·서대문구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대출 규제 등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만들어낸 풍선 효과가 중저가 지역의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2일 서울경제가 ‘월간 KB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기준 서울 노원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47만 9,000원을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위다. 노원구 아파트 값은 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6월에는 21위였으나 4년 만에 은평구와 구로구·관악구를 앞지를 뿐 아니라 종로구의 집값 수준도 넘어섰다. 6월 기준 종로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1,044만 6,000원으로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노원구 집값은 성북구(㎡당 평균 매매가 1,055만 2,000원)나 서대문구(1,061만 3,000원), 동대문구(1,079만 2,0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원구의 집값 상승세는 정부 정책이 톡톡히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시세 9억 원 초과분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20%로 제한했다. 9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가운데 노원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말부터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가 폭등에 지친 수요자들이 노원구로 모여들었다. 현재는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재건축 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실제 2019년 12월 6억 원대에 거래됐던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84㎡는 올 2월 10억 3,000만 원에 거래되며 3억~4억 원이 올랐다. 노원구뿐만이 아니다. 노원구와 더불어 서민 주거 단지였던 도봉구 아파트 값도 풍선 효과에 따른 혜택을 보면서 집값 순위가 2017년 6월 24위에서 올 6월 21위로 올라섰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현재 풍선 효과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서울 중저가 지역에서는 매도자는 호가를 내리지 않고 매수세는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값이 서울 도심 가격 수준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봉은 은평 제치고, 성동은 부촌으로···가장 싼 곳이 4년 전 5위 가격>

정부 들어 시작된 4년간의 집값 급등기를 거치면서 서울 아파트 값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중저가 주거지역이던 노원구는 이제 사실상 중가 아파트 지역이 됐다. 중고가였던 성동구는 마포구와 광진구를 제치며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 됐다.

여기에는 규제가 만들어낸 각종 부작용이 한몫을 했다. 대출 규제, 새 임대차법 시행 등에 따른 풍선 효과와 ‘30대 영끌’ 등 경험하지 못한 후유증이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6월과 올해 6월 기준 ‘KB월간주택동향’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개의 자치구가 4년간 집값 순위가 변동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노원구·성동구·도봉구·동대문구·동작구 등이 2017년 6월과 비교해 올해 6월 순위가 3계단 이상 상승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원구다. 2017년 6월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04만 8,000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21번째였지만 4년 동안 은평·구로·관악·종로구보다 매매가가 높아지면서 올 6월 기준으로는 17위를 기록했다. 성동구도 노원구와 함께 가장 가파르게 오른 지역이다. 4년 전 714만 9,000원이던 ㎡당 매매가가 올 6월 1,497만 4,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당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9위이던 성동구는 4년 동안 광진·마포·중구·양천구보다 매매가가 비싸지면서 서울에서 다섯 번째로 비싼 지역이 됐다.

같은 기간 동작구(667만 1,000원→1,357만 9,000원)는 2배 이상 오르면서 13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도봉구(449만 3,000원→910만 8,000원)도 24위에서 21위로 올라서며 은평구(22위)를 제쳤다. 동대문구(534만 8,000원→1,079만 2,000원) 역시 17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반대로 도심 한가운데인 종로구와 중구는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덜 오르면서 집값 순위도 하락했다. 중구의 경우 6위에서 12위로 6계단 낮아졌다. 종로구도 올 6월 기준 18위를 기록했다.

집값 순위가 크게 오른 지역들을 보면 노원구와 도봉구는 과거 대표적 외곽 지역으로, 싼 집을 찾으려는 풍선 효과 덕이 크다. 성동구와 동작구 역시 강남 진입이 어려운 계층들이 이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번 정부 내에 가격 및 순위가 급등한 케이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 상대적으로 덜 오르거나 더 오른 지역이 있더라도 절대가격으로는 지난 4년간 서울 전체가 고가 거주지역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실제 현재 금천구는 ㎡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805만원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이 가격은 2017년 6월 강남과 서초, 용산, 송파에 이어 서울 5위에 해당하는 지역의 가격이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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