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이 부활한다..10년 전 박원순이 손 안댔다면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는 듯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동향 통계를 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간 0.12%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걸 상승추세로의 전환 신호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요즘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낮은 지역의 상승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강북구(34.8%), 노원구(31.2%), 도봉구(29.4%) 등 서울 강북권의 상승률이 강남권의 상승률(강남구 8.5%, 서초구 8.2%)을 크게 웃돕니다. 다락같이 오르는 아파트값에 불안해진 젊은 층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인 원인이 큽니다. 이런 현상은 최근 경기,인천 지역으로 확산해 올해 들어서만 경기도 아파트값은 9.4%, 인천은 10.7%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는 가장 큰 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는 올해 서울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3만717가구로 집계했는데, 지난해 입주 물량(4만9277가구)보다 37.6% 줄어든 겁니다. 내년 입주 물량은 여기에서 또 33.5%가 줄어 2만423가구에 그칩니다. 역대급으로 적은 입주 물량입니다.
만약 서울 뉴타운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요. 서울시의회가 용역 발주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고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인 2012년부터 '뉴타운 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로 인해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가 25만 가구에 이른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착공이 이어지고 2018년 착공 가능 물량을 1만1664가구로 봤는데, 아파트 공사기간(약 2년)을 고려할 때 지난해부터 신규 공급이 늘어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뉴타운 사업예정지가 많았던 강북권의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세와 오버랩되는 부분입니다.
고 박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사업장에 대해 '아수라장'이라 표현하며 뉴타운 사업을 추진한 MB가 이를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었습니다. 그는 '더 좋은 집 짓자' '더 큰 집 살자'는 구호를 끝내야 한다고 했고, 쭉쭉 뻗은 아파트촌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정책 구상을 위해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표적인 '전문가'입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서울시의 '싱크탱트'라 할 수 있는 서울연구원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세종대 교수로 일하던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을 출간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개발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변창흠 전 국토부장관과 선대인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입니다. 2012년에는 서울시 정책토론모임 '숙의(熟議)'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부동산 전문가로 부른 사람도 변창흠 당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선대인 당시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등이었습니다.
변창흠 교수는 이후 박 전시장에 의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사장에 임명됐는데, 사장 시절에도 선대인 소장과 함께 '행복나눔 토크 콘서트'라는 것을 열어 주택 문제에 관해 토론을 벌였습니다.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등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예견한 일련의 저서들로 이름을 떨쳤던 사람입니다. 그는 부동산 폭락론을 줄기차게 얘기했는데, 그가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한 2013년 11월부터 그의 예상과 정반대로 아파트값은 본격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뉴타운 부활'을 예고했습니다. 만약 그가 10년 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또 만약 박 전 시장이 '부동산은 끝났다'는 류의 책을 쓴 김수현이나 선대인 외에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도 귀담아 들었다면 어땠을까요.
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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