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우리가 올렸냐"..세제 혜택 폐지에 임대사업자 뿔났다
주택물량 확보 추진
반값 전세 사라지고 전셋값 폭등 우려
등록임대주택 50만가구 영향권
임대사업자 "정책 번복" 반발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사업자 임대주택의 과세 특례가 축소·폐지된다면 결국 임대주택 매물은 사라져 전월세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치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특위)는 현재 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6개월 안에 팔지 않는 경우 양도세를 중과한다는 것이다.
혜택을 소급적용까지 하면서 폐지한다는 것으로, 향후 여당의 임대사업자 혜택 회수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 7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으나,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은 임대 의무기간까지 유지하기로 했었다.
작년 7·10 대책으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하면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8년) 사업은 폐지됐다. 법 개정 전 160만 가구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작년 말까지 46만 가구 정도가 자동말소됐고 여기에 자진말소까지 합하면 약 60만 가구의 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자 등록 말소 때 임대의무기간을 절반 이상 채운 자진말소의 경우엔 1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임대의무기간을 모두 충족한 자동말소는 양도세 중과를 무기한 면제받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자진말소 임대주택은 20% 정도가 시장에 풀렸지만, 해당 임대주택은 2%만 매물로 나왔다.
현재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물건에 대해서는 등록 당시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여당 내부는 다주택자의 혜택을 줄여놔야 이들이 여분의 주택을 내놓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등록한 임대주택의 소급 적용도 이같은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하는 경우 민간 임대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이 제도를 폐지하면 임차인은 동일한 주택에서 장기 거주가 어렵고,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도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세 특례가 축소·폐지 움직임에 임대업자들은 2018년 이후 쏟아진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규 임대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4년·8년 아파트 매입 임대를 없애더니 이제는 아예 세제 혜택 자체를 없애려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있다"며 정책 일관성이 없는 현 정부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종부세·양도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높일 당시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다주택자 상당수가 증여나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주태 공급물량 확보 타깃을 임대사업자로 바꿨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들이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낮은 빌라와 다세대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거래 활성화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대사업자들은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매매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이 가진 주택을 모두 합산해 종부세를 내게 되면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주택 처분에 나설수 밖에 없지만, 매물로 나와도 전세가 끼어 있는 집은 '갭투자' 외에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다만, 여당은 종부세의 경우 임대기간 중에는 합산을 배제키로 발표했다.
우병탁 팀장은 "지금 민간 임대주택 가운데 대부분은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등으로 이들 주택이 집값 폭등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 아파트 가격 급등이 시장 불안을 부른 만큼 임대사업자를 옥죈다고 해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로 인해 임차인의 주거비용 부담도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7월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일반 임대주택도 5% 인상률(전월세상한제) 제한을 받지만, 단 한 차례 계약갱신 청구(계약갱신청구원)를 할 수 있다. 즉,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은 그 이전부터 5% 상승을 적용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월세로 임대사업자의 의무임대기간동안 거주가 가능하다. 의무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약 갱신권을 사용해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임대사업자들이 단기간 안에 강제로 주택을 매도하게 된다면 임차인들이 그 차이만큼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다.
성 임대인협회 회장은 "이미 전체 등록임대주택의 1/3에 해당하는 50만 이상의 임대주택이 말소됐음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전월세가는 폭등하고 있다"며 "결과에 대한 눈가리기식 해석과 정책은 결국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그나마 반값 전세 물량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졸속정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 합산 과세를 한다고 하면 그동안 유지한 임대사업자 지위를 버리고 임대료를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될 경우 '반값 전세'에 살고 있는 세입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내다봤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임대주택에 대해 등록을 폐지하고 일반 주택으로 돌려 임대료를 주변 시세에 맞춰 올릴 경우 전셋값만 급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민 주택에 사는 세입자가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2019년 12월 기준 등록임대주택은 159만가구로 이 중 80.69%가 전용 60㎡ 이하의 소형주택이다. 40㎡ 이하도 56.12%에 이른다. 사실상 등록임대주택 거의 대부분이 임대보증금 2억~4억원 수준의 서민용 주택인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의 세금 혜택을 거둬들일 경우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 등으로 저항하면서 매물이 생각처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한 때는 민간 임대를 좋은 정책으로 권장하다가 죄악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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