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표적된 임대사업자.. "이번에도 임차인 고통만 가중" 우려

연지연 기자 2021. 4.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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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실기로 민심 이반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또 다시 임대사업자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집값이 오른 것이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 탓이라는 것이다.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줄여주는 대신,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세 혜택을 줄이는 방향이 검토되는 상황이다.

임대사업자들은 반발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임대사업자 제도를 손질하면서 정부는 ‘소급적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로는 임대사업자 면허 자동 말소 제도를 도입하면서 결과적으로 세금 혜택을 한 차례 줄인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배경에 여러 정책 실기가 있었던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만 문제로 지목하며 제도를 다시 고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임대사업자 제도가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고 하더라도, 제도를 만든 당사자가 제도를 이용한 국민을 적폐로 모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적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들의 세금 혜택을 소급하는 형태로 다시 줄인다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나쁜 선례가 된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축소된 혜택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지난해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임대차 3법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 현장.

◇ “실책 덮어두고 임대사업자만 탓하나”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여당 의원들이 민간 임대사업자가 집값을 올렸다는 지적을 잇따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2019년 서울의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 57만7154호 중 임대사업자 보유가 전체의 52.85%인 30만5010호에 달한다”면서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 것이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2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 정책 중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준 부분”이라면서 “부동산 대란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시장의 유동성이었는데 그 유동성에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일종의 불씨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집값을 올렸다는 단순 인과관계는 여론 호도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값 상승은 유동성, 주택 공급량, 대출금리 등 여러 요인이 겹쳐서 발생한다는 점을 쏙 빼고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통령이 집값 상승 원인으로 시중유동성 증가를 얘기했는데 국회의원이 나와서 민간임대사업자 탓을 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임대사업자에게로 시선만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발상이 잘못됐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니까 가격이 올라간 것”이라면서 “공급을 충분히 했는데 그걸 임대사업자들이 다 사들였다는 것이냐”고 했다.

◇임대주택 줄면 결국 임차인만 손해

임대사업자에겐 과연 어떤 혜택이 주어지길래 이들에게 주는 세제 혜택이 과하다는 것일까.

임대사업자 등록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등록 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되고(2018년 9·13 대책 이전 취득분)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양도소득세가 100% 감면(8년 임대·2018년 12월31일 이전 등록분)된다. 다른 주택을 팔 때는 임대주택이 주택 수에 가산되지 않는다.

다만 8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사용해야 한다. 집주인이 전입하면 벌금형이다. 또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고, 보증금 보험에 강제 가입해야 한다. 소유권 등기상 부기 의무 등도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원하는 임차인을 바꿀 수도 없다. 임대사업자 주택에 사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어지는 데다 안정적인 보증금으로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사업자 A씨는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세금 혜택을 준 것인데 의무사항은 그대로고 자꾸 혜택만 줄여가고 있다”면서 “지금도 임대사업자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세입자가 동의를 해주지 않아 손해만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적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임대사업자 B씨는 “지난 7월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양도세율 혜택을 줄인 마당에 또 혜택을 줄인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언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서 낼 세금은 내고 혜택 볼 건 보라더니 이젠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했다.

한 번 더 혜택이 줄어든다면 임대사업자 지위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임대사업자 C씨는 “이번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까지 나온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놓은 오피스텔을 모두 사무실로 전환할 예정”이라면서 “임차인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더 이상 거주용 임대주택으로 사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 D씨도 “근린생활시설로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한다”면서 “사회적 역할을 임대사업자가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부는 전혀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를 옥죌 경우 임차인에게 오히려 피해가 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도입한 임대차 2법 도입 사례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법 시행 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반 년 만에 1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전세매물이 급격히 줄었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제한이 가해지면 임대주택을 팔고 나가는 등의 임대인 시장 이탈 현상이 가속화된다”면서 “이 경우 민간 임대주택이 줄며 임대료가 올라가고, 유지 관리에 소홀한 임대주택이 등장하는 등 임차인에게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2법이나 임대사업자 제도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됐을 때 시행했어야 하는데 집값 상승기에 제도를 펼쳐놓더니 이제는 문제를 덮으려다 키우려는 형국”이라면서 “지금 임대사업자를 더 옥죄어선 임대료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파트와 빌라촌이 혼재된 서울 송파구 잠실 주택가 전경.

◇ “상황 달라지면 손바닥 뒤집듯…누가 정부 유인책 믿고 사업하겠나”

게다가 정부가 임대사업자만 조준해 세 혜택을 줄이는 소급 형태의 입법을 강행할 경우 법적 안정성 문제에서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8월에도 임대사업자 면허 강제 말소제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소급 행정을 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단기 임대사업자라면 등록 후 4년 뒤에, 장기 임대사업자인 경우 등록 후 8년 뒤에 임대사업자 면허를 강제 말소하도록 했다.

이는 단기인 경우 5년, 장기인 경우 10년을 채운 경우 받는 양도세 감면 최대치(100%)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10년 임대 의무를 채우면 양도세 100%를 감면해주는 조항은 2015년 12월에 신설됐고 2015년 등록자는 2025년부터 그 혜택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임대사업자 중에서 양도세 혜택을 최대치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이 제도를 발표할 당시 정부는 “소급적용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서 혜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와 리스크(위험)를 안고 그만큼 혜택을 줄인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책의 신뢰 측면에서도 문제다. 정부가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를 적극 홍보한 것은 안정적인 임대주택의 공급을 공공이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인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주기로 한 혜택을 강제로 줄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혜택을 주고 유인하려는 것에 대한 불신이 쌓일 수 밖에 없고 결국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법적 안정성 문제도 있다. 최은미 법률사무소 서담 변호사는 “만약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급 적용을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런 입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헌법 정신을 고려할 때 침익적 규정의 소급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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