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받아줄게 팔아라"..재건축아파트 몸값 다시 '쑥'
보궐선거·공급대책, 재건축 시장에 호재
서초구 방배임광 아파트 2억 뛴 신고가
[이데일리 황현규 김나리 기자] 최근 반포미도1차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55)씨는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지금 집 팔면 최근 신고가보다 5000만원 높게 팔아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김씨는 “나 같이 아파트 매도 의사가 없냐는 질문을 받은 주민들이 여럿 된다”며 “5년 넘게 살면서 처음 받아 본 전화”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재건축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다시 ‘귀하신 몸’이 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분양가 상한제에도 높은 분양가를 확정하면서 재건축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나올 정부의 공급대책에 민간 공급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입지 좋은 재건축 아파트로 매수자가 몰리고 있다.
조합설립 무산돼도 2억 껑충
19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방배임광 전용 84㎡짜리 아파트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보다 2억원 높은 14억 30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현재 이 같은 타입의 호가는 17억원대에 달한다. 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정비구역 지정까지 완료했으나 아직 조합설립 전이다. 말 그대로 초창기 사업 단계지만 매수 문의가 꾸준히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조합 설립을 하려다가 다시 무산되는 등 내부적으로 말이 많지만 재건축 하나만 보고 오는 매수자들이 최근 늘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은마아파트도 신고가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18일 24억원에 실거래됐다. 전 전고가(23억8000만원)보다 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심지어 최근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는 반응도 커졌다. 최근 발표된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약 5668만원이다. 택지감정평가액 4204만원, 건축비 798만원, 가산비 660만원이다. 특히 분양가의 기본이 되는 택지감정평가액이 높게 평가되면서 좋은 입지를 가진 강남 등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원베일리 못지 않은 분양가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말 0.05%에 불과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2월 둘째주 0.14%로 세배 가까이 뛰었다 .이후 0.1% 대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선거가 자극하는 집값…야당 중심 “재건축 지원”
여기에 더해 보궐선거 이슈도 재건축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공격하고 나선 야당 후보들은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상황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세훈 전 시장도 뉴타운과 같은 민간 재개발 활성화와 함께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선거는 부동산 시장에 호재다”며 “주택 공급에 대한 요구가 큰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목소리까지 나오니, 대상 아파트들까지 들썩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내놓은 공급대책에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가 포함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정부와 공급대책 논의를 이어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능한 많은 물량을 빨리, 좋은 곳에 공급하겠단 기준으로 최대한 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간 공급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간 재건축 완화도 대책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공급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추후 신축 아파트로 만들어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민간 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 완화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공약만을 가지고 민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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